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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치료 실마리 찾았다… 동국대 연구팀, 신경줄기세포 기반 자폐 근본 원인 규명

입력 | 2022-05-03 17:54:00


자폐증의 원인이 뇌 속 신경세포 자체가 아닌 최상위 신경줄기세포의 비정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신경정신의학 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지에 게재됐다.

김종필 교수

동국대 화학과 김종필 교수 연구팀은 다 자란 뇌 속의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제 때 활동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긴 휴면기를 가지는 현상을 자폐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경줄기세포는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다.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하위 신경줄기세포를, 하위 신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를 만드는 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단계 중 지금까지는 자폐의 원인을 찾을 때 주로 비정상적인 하위 신경줄기세포나 신경세포 자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자폐 증상을 보이는 쥐의 뇌(왼쪽)와 자폐 증상이 없는 뇌의 비교. 자폐 증상이 있는 쥐의 뇌 속 신경세포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종필 교수 제공

하지만 김 교수는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필요할 때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상위 신경줄기세포를 치료하면 비정상적이던 하위 신경줄기세포나 신경세포도 치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진이 자폐 증상을 보이는 쥐를 대상으로 뇌 속 최상위 신경줄기세포가 제 때 활성화되도록 했더니 3~4주 뒤에 자폐 쥐가 다른 쥐들과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등 증상이 완화되기도 했다.

보통 쥐와 자폐 증상이 있는 쥐의 활동 패턴 그래프. 보통 쥐는 다른 쥐와 어울리는 ‘SOC’ 영역에서 많이 활동하지만 자폐 증상이 있는 쥐는 어울리지 않고 혼자 활동(NS)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래 그래프는 연구 결과를 적용한 뒤의 행동 패턴으로 자폐 쥐가 다른 쥐와 어울리는 SOC 영역에서 활동량이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종필 교수 제공

연구진은 인간의 신경세포를 신경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 기법을 통해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자폐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까지 자폐증 치료는 환자들이 사회에서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치료에 집중돼 왔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증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발달질환의 연구와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재생의료 분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