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달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2일까지 장애인 관련 예산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며 시위를 중단한 지 9일 만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어 박경석 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휠체어에서 내린 뒤 안국역 방향 열차에 기어서 탑승하면서 열차 출발이 7분가량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다음 열차를 타라고 권유했지만, 전장연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장애인권리보장’이라고 적힌 깡통을 목에 걸고 열차에 탑승한 박 대표는 3호선 동대입구역에 도착할 때까지 바닥에 엎드린 채 “장애인 권리를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박 대표는 3호선 동대입구역에 도착하자 탑승할 때처럼 기어서 내렸다.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다시 10분가량 지연됐다.
전장연은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추 후보자의 답변이 미흡했기 때문에 시위를 재개했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탈(脫)시설 자립 지원 △평생교육시설 등에 대해 예산 편성 및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추 후보자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사업이)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3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장연 측은 “우리가 요구한 내용 중 단 한 가지 특별교통수단 지원만 약속했다”며 당분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