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회로 살펴본 아동권리 일제강점기-6·25땐 전쟁 희생양, 1960년대에도 차별-학대 여전 1990년대 ‘권리헌장’ 등 큰 도약 “제도보다 일반의 인식 변화 중요,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도해 1922년 제정한 ‘어린이날’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100회 어린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기념행사가 벌어진다. 1969년 서울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펼쳐진 어린이날 가장행렬(위쪽 사진)과 지난해 어린이날 놀이동산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 모습. 동아일보DB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다.”
1923년 조선소년운동협회가 주최한 첫 번째 어린이날 행사에서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사진)은 ‘어린이 선언’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에 대한 선언이었다. 2022년 5월 5일은 100회째 어린이날이다. 100회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아동권리의 100년을 회고하는 ‘대한민국 아동권리 100년사’를 발간하고, 5월 4일에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어린이날 100회를 기념하는 공식 행사를 개최한다.
‘어린이’, ‘권리’라는 말조차 낯설던 100년 전, 국권을 상실한 식민지 조선에서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 100년 아동권리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만큼이나 험난했다. 가부장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아동은 기본적인 생존권과 발달권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일제강점기에는 전쟁에 동원돼 희생되기도 했다. 또한 6·25전쟁 기간 중 전쟁의 참화에 노출돼 장애를 입고, 부모를 잃은 아동을 위한 지원은 대부분 해외 원조에 의존했다.
1990년대로 접어들어 대한민국의 아동권리는 크게 도약한다.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면서 다양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100회 어린이날 기념 공식포스터(왼쪽)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펴낸 아동권리 100년사.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제100회 어린이날을 맞는 지금, 지나온 역사를 통해 얻은 중요한 시사점은 법과 제도의 보완이 곧바로 아동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인식 변화이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아동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부모에게 속한 ‘미숙한 존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은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어림은 크게 자라날 어림이요, 새로운 것을 지어낼 어림이다”라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5월 4일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 공식 행사에서 아동권리와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활동할 ‘100인의 아동위원’을 위촉할 예정이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어린이날을 제정했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아동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임을 천명하고 아동의 삶과 관련된 결정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제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이자 주체적인 미래 세대로서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