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금융거래까지 중단 시사, 한국도 제재대상 포함 가능성 나프타-반도체 소재 등 타격 우려 美 “러, 돈바스서 가짜 주민투표 크림반도처럼 병합 재연 가능성”
아조우스탈 제철소 빠져나온 민간인들 임시숙소 도착 두 달 넘게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와 인근 주택에서 고립돼 있다 2일 빠져나온 사람들이 이튿날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도네츠크주 베지멘네 마을 임시 숙소에 도착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직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CNN에 “두 달 동안 암흑 속에 있었다.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보아조우스키=신화 뉴시스
러시아가 이달 중순 가짜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을 강제 병합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대사는 2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달 중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내에서 러시아 연방 가입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치를 것이라는 매우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점령 중인 헤르손에서 같은 방식으로 주민투표를 치르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이 선거들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가짜 주민투표 후 병합” 크림반도 재연
미국 등 서방 당국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9일 예비군 총동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공식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3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주장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지난달 만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가 9일 전쟁을 끝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내용은 엇갈리지만 러시아가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인 9일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국면을 대전환할 것이라는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韓, 러 보복 대상 되면 타격 불가피
푸틴 대통령은 3일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의 기업과 개인들에 러시아산 상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보복 제재 성격의 ‘특별 경제조치 적용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제재 대상과의 통상, 금융 거래까지 금지해 모든 경제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10일 동안 구체적인 제재 대상 명단을 확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구체적인 제재 대상과 목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석유화학 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비롯해 유·무연탄과 철강, 반도체 소재 등 원자재와 수산물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이런 품목들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석유 수입 금지를 포함한 EU의 6번째 러시아 제재 구체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4일까지 채권자 계좌에 총 6억4900만 달러(약 8200억 원)의 국채 이자 지불 2건을 송금하지 못하면 104년 만의 첫 국가 부도(디폴트) 상태가 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