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옥 당시 日간수-경찰에 건넨 5점 논어-주역 구절 인용한 글귀 통해 죽음 앞에서도 조국수호 의지 담겨
왼쪽 사진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인 이듬해 3월에 쓴 ‘洗心臺(세심대)’ 유묵. 안 의사는 비슷한 시기 일본인 기자에게 ‘志士仁人殺身成仁(지사인인살신성인)’ 문구를 담은 유묵을 남겼다. 문화재청 제공
‘志士仁人殺身成仁(뜻이 있는 선비와 어진 이는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중국 뤼순감옥에 수감됐을 당시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안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뒤 뤼순감옥에 투옥됐을 당시 일본인 간수와 경찰, 기자에게 건넨 유묵 5점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안 의사가 쓴 유묵 중 현존하는 것은 70여 점. 이 중 국내에 남아있는 유묵은 37점으로 앞서 26점이 이미 보물로 지정됐다. 안 의사는 유묵을 남기고 1910년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했다.
유묵에는 안 의사의 학문적 소양과 품격이 오롯이 담겼다. ‘洗心臺(마음을 씻는 장소)’라고 쓴 유묵은 주역(周易) 계사상편의 ‘성인은 마음을 씻고 물러가 은밀히 간직해두며, 운수의 좋음과 나쁨을 백성과 더불어 함께 근심한다(聖人以此洗心, 退藏於密, 吉凶與民同患)’는 문구에서 비롯됐다. 한때 일본인 소장가가 소유했던 이 유묵은 2017년 12월 미술품 경매에 출품돼 4억 원에 낙찰된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본인 세관원 가미무라 주덴(上村重傳)에게 써준 유묵에는 ‘人無遠慮必有近憂(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는 논어 구절이 담겼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