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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마지막 국무회의 시간 늦추며 ‘검수완박’ 직접 공포

입력 | 2022-05-04 03:00:00

[검수완박 결국 강행]
통상 오전10시 회의 오후2시로 미뤄
민주당, 사개특위 구성안도 의결
국민의힘 “중수청 강행땐 거부권”



마지막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기 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안을 의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의결 및 공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21일 만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목표로 했던 ‘현 정부 임기 내 법안 공포’까지 달성했지만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입법 독주’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원천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로 시간을 조정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검찰 수사의 정치적인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공포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 그동안 국무회의는 통상 오전 10시에 열렸지만 이날은 국회 본회의의 법안 처리 시간을 고려해 오후 2시로 늦춰졌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재적 174명 중 찬성 164표, 반대 3표, 기권 7표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 검수완박 법안까지 국회 최종 문턱을 넘은 것. 검찰청법 개정안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논의를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결의안까지 밀어붙였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사개특위 구성을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하고, 활동 기한은 올해 12월 31일까지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사개특위 보이콧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 중수청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文 “檢수사 공정성 우려” 검수완박 공포… 국힘 “법치주의 종언”



본회의 통과 4시간뒤 국무회의 의결
민주, 당론채택 21일만에 마침표… 본회의 3분만에 형소법 속전속결
文 “檢개혁은 역사-시대의 소명”… 민주 ‘꼼수’ 입법독주에 힘 실어줘
국힘 “죄 짓고도 벌 안받겠다는 뜻”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 시간까지 미루면서 결국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꼼수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추진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지 불과 3주 만이다.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개의 3분 만인 오전 10시 6분 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통과됐다. 4시간 뒤인 오후 2시에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의결됐다.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3년 만,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8년 만에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법안을, 당청이 하루 만에 합심해 통과시켜 버린 것. ‘꼼수 릴레이’로 절차적 당위성까지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 文, 끝내 거부권 행사 안 해
청와대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국회 상황에 따라 오후로 미뤘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책임 있게 심의해 의결하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심의’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과 법조계 등 반발에도 끝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와 직접범죄 수사권 축소 등을 거론하며 “이와 같은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고 당위성을 부여했다. 또 “관련 부처는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검찰상을 확립하고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고,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는 안팎의 비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입법 절차에 있어 국회의장의 중재에 의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만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의회주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의결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검수완박 법안은 ‘범죄 피해자 방치법’이자 ‘범죄자 보호법’이 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으나 개탄스럽게도 결국 통과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제작 민주당, 주연 文 대통령인 트루먼쇼”
이날 민주당은 본회의 전부터 자축 분위기였다. 형사소송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땐 서로 껴안으며 환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스스로 중도 이탈했지만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끝까지 합의 정신에 충실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소는 검사가 맡게 되는 ‘수기 분업’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자평했다.

벼랑 끝까지 몰린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마지막 여론전을 펼쳤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각본은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제작은 민주당, 주연은 문 대통령인 ‘트루먼쇼’”라며 “죄는 지었지만 벌을 거부하겠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집단적 도피의식이 검수완박의 본질”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또 논평을 통해 “오늘, 74년 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는 조종을 고했다”라고 비판했다. 본회의 후 이들은 청와대로 이동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을 겨냥해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건의문을 들고 문 대통령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주요 참모들을 만나지 못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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