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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셀프 면죄부에 면세 대통령연금, 부끄럽지 않은가

입력 | 2022-05-04 12:00:00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포하는 방망이를 휘둘렀다. 퇴임을 불과 엿새 앞두고서다.

문 대통령이 공포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핵심이 자기 자신을 위한 ‘셀프 면죄부’라는 건 온 국민이 안다. 그래도 헌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이면 거부권 행사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 손으로 국무회의에서 방망이를 두드리기 면구쩍어 임시 국무회의 날을 잡아 총리에게 방망이를 넘길지 모른다고 상상도 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임기 종료를 6일 남긴 이날 문 대통령은 소위 ‘검수완박’ 법안 공포안을 직접 의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니었다. 3일 밤 모처럼 마음 편하게 잠을 이룬 문 대통령은 10일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다음, 새로 지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20일 전 대통령으로서 첫 대통령연금을 받을 것이다. 놀라운 건 1400만원 가까운 거액이 전액 비(非)과세라는 사실이다.

● 애국심을 의심케 하는 비과세 대통령연금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 대통령이 받을 연금은 지급 당시 대통령 보수연액의 95%로 돼 있다. 문 대통령의 연봉은 2019년부터 4년째 동결된 2억3922만원이고, 보수연액은 약 1억7556만 원이다. 행정안전부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대통령연금은 월 139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소득세법 12조 3항은 ‘근로소득과 퇴직소득 중 다음의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한다’고 규정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카)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와 (파)작전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외국에 주둔 중인 군인 사이에 (타)전직대통령의 비과세 조항이 쏙 끼어들어가 있다(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카)와 (타) 사이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었길 바란다).

소득세법에 명시된 전직대통령 연금 비과세 조항.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군인의 많지 않은 급여가 비과세인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려 1400만 원이나 되는 대통령연금이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생각하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인의 경우 소득이 1억5000만 원~3억 원이면 38%의 세율을 떼어간다. 그런데 대통령 지낸 분에게 소득세를 내지 말라고 한다니, 그 분의 애국심과 양심을 의심케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줄줄이 이어지는 전직 대통령의 혜택
한달 평균 55만 원 정도 쥐꼬리 국민연금 받는 보통 노인들도 여기서 세금 내고, 건강보험까지 떼는 형편이다. 20년씩 국민연금 부어도 100만 원 받을까 말까다. 그런데 5년 근무한 대통령만 왜 다달이 1400만 원씩, 그것도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죽을 때까지 평생 받는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연금만 받는 것도 아니다. 더 있다.

전직대통령 예우법에는 연금 말고도 그 밖의 예우로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그리고 4가지 예우가 적혀 있다. ①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 ②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③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④ 그 밖에 전직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 딱 거기까지다.

그런데 지난해 행안부가 공개한, 곧 문 대통령이 받게 될 예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예우보조금이 2억6000만 원에서 2022년 3억9400만 원으로 인상됐다. 각 부문 예산도 2022년 다음과 같이 늘어난다. △비서실 활동비 7200만 원→1억1400만 원 △차량 지원비 7600만 원→1억2100만 원 △국외여비 4800만 원→8500만 원 △민간진료비 1억2000만 원 △간병인지원비 4300만 원→8700만 원. 우리가 대통령을 지낸 분에게 과공비례(過恭非禮)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 대통령 주변 특혜 전혀 없었다고?

문 대통령은 지난달 ‘대담-문재인의 5년’에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발언이 진심이었는지 묻는 손석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우리 정부처럼 이른바 대통령 주변에 특수관계자나 청와대 인사나 정부 인사, 이런 사람들이 부정한 금품을 받고 정권을 농단한다든지 부당한 이권, 특혜를 준다든지 이런 일이 전혀 없었지 않았습니까.”

지난달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담-문재인의 5년’을 촬영하며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대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상직 의원은 왜 문 대통령의 사위를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취업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문 대통령의 딸과 외손주는 왜 경호원까지 딸려 태국에 살다 청와대로 돌아왔는지 손석희는 대담할 때 물어야 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 사건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을 놓고도 “청와대 관련 의혹이 있지 않았느냐”고 손석희는 따져 묻지도 않았다.
● 하필 회색빛 감옥 같은 양산 사저
그런 저런 의혹이 없었어도 문 대통령이 퇴임 엿새 전 방망이를 휘둘러 셀프 면죄부 법안을 공포하고 말았을지, 국민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세금 한 푼 안 내는 대통령연금 월 1400만 원에, 이보다 많은 예우보조금에, 해외여행비까지 해마다 챙겨 받으셔야 하는가.

문 대통령의 사저는 사진으로 보면 창문도 없이 회색 외벽과 박공지붕만 보여 단순하다. 경남고 동기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데 참 미안하게도 거의 바스티유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할 경남 양산 사저 전경.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마당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도 혹시 보일까봐 최근 조경수를 잔뜩 심었다는 점도 희한하다. 산철쭉 1480주, 조팝나무 640주, 영산홍 400주, 피라칸시스 320주, 흰말채나무 110주, 측백나무 50주, 대나무 30주, 독일가문비 18주 등 수목 수천 여 주가 들어갔다. 집 안에서 어디 하늘이나 보일지 걱정스럽다.
● 소득세 자진납부하시라!
역대 퇴임 대통령들은 27명의 경호 인력을 두었다. 문 대통령은 전문 방호인력 38명을 추가로 증원했다는 기사가 지난해 보도됐다. 어쨌든 역대 가장 많은 경호 인력이 배치되는 셈이다. 의경의 단계적 폐지 때문이라지만 뭐가 두려워 그리 많은 인력이 필요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VIP를 지키는 것이지만 거꾸로 상상하면…밖으로 못나가게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은 3월 말 조계종 행사에서도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과도하게’ 최선을 다하는 바람에 잊혀진 삶을 살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불행한 ‘대통령사(史)’로 인해 온전한 대통령연금을 받는 전직 대통령은 문 대통령 한 사람뿐이다. 문 대통령의 애국심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연금에서 소득세를 자진납부 해주었으면 한다. 모든 국민에게는 납세의 의무가 있다. 전직 대통령이 특권층은 아니지 않는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