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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손준성만 기소…윤석열·한동훈 무혐의

입력 | 2022-05-04 13:04: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손 전 정책관과 공모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수처 기소대상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함께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은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4일 손 전 정책관을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손 전 정책관은 지난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등 영향을 미치기 위해 김 의원과 공모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는다.

손 전 정책관이 2020년 4월3일 윤 당선인의 가족과 검찰 조직을 비판하던 ‘제보자X’ 지모씨와 그 배후로 의심받던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채널A 사건’을 보도한 MBC 관계자들에 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골자다.

또 같은 달 8일에는 최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건넸고, 이러한 고발장들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 신분이던 김 의원을 거쳐 당에 전달돼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이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범죄혐의 등이 담긴 고발장을 입수했다면 이를 누설하지 말아야 하지만, 김 의원에게 전송해 직무상 의무를 어긴 혐의(공무상비밀누설)도 적용했다.

또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직원들에게 ‘제보자X’ 지씨의 실명 판결문을 열람·수집하도록 지시한 뒤 김 의원에게 이를 보낸(개인정보보호법 및 형사사법 절차화촉진법 위반) 것으로 봤다.

공수처는 제보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근거로 손 전 정책관 혐의가 입증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조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으로부터 범여권 인사 등에 관한 고발장과 판결문 등 자료를 받았는데, 김 의원이 전송한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 메시지가 전송된 시점에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판결문 등을 검색한 기록이 있던 것에 비춰보면 손 전 정책관이 고발장 등을 김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정황이 입증된다는 게 공수처의 얘기다.

공수처는 해당 고발장을 누가 최초로 작성했는지 파악하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이 부임한 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윤 당선인의 장모대응 문건 논란 등에 연루된 점을 고려해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직접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제3자가 작성했다는 것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이 됐는가는 다른 문제”라며 “고발장 작성을 누가했는지에 대해 기소할 정도의 증거는 수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씨와 김 의원 간 통화녹취록을 봤을 때 손 전 정책관이 윤 당선인 가족과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 범여권 인사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고발장이 실제 21대 총선 전에 접수되지 않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범죄가 성립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공수처는 군청 공무원이 현직 군수의 동향을 상대 후보에게 전달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대법원에서 인정된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수사정보정책관실 내부 판결문 검색 및 검찰메신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손 전 정책관의 지시를 받은 소속 직원들이 ‘제보자X’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해 출력한 사실이 입증된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다만 손 전 정책관이 직원들에게 지시를 직접적으로 내린 정황은 메신저의 보존기간 탓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손 전 정책관 측은 누군가 자신에게 고발장 등을 보내 반송한 것에 불과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수처는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지위가 없었으면 본인이 수집하지 않았을 정보다. 고발장 자체는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문서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증거와 법리상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기소처분했다.

공수처는 손 전 정책관이 소속 직원들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X’ 지씨 판결문의 경우 지시 사실은 인정되나, 법령상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아 직권남용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경우 손 전 정책관과 공모한 정황은 인정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공수처 기소대상이 아닌 점을 고려해 검찰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 밖에 공수처는 윤 당선인, 한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이었던 현직검사 2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윤 당선인이나 한 후보자 등의 경우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의원 등 사건을 이첩하면서 혐의 유무에 관한 의견은 덧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지난해 9월2일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같은 달 9일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 등을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공수처는 조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하는 한편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 다른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들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30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 등의 고소·고발건도 넘겨받아 추가 입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손 전 정책관이 조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체포를 시도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손 전 정책관의 신병 확보를 불허했고, 두 달 뒤 재차 구속수사를 시도했지만 구속영장은 다시 기각됐다.

공수처는 지난달 19일 외부 위원들이 참여해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공소심의위원회도 열었다. 공소심의위는 손 전 정책관 등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권고를 했지만, 공수처는 이와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심의위 의결 사항을 존중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수집된 증거로 처분한 것이다. 수사팀 내부에서 대부분 의견이 일치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