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포위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탈출한 첫 생존자들이 “나치도 이 정도는 안 했다”며, 러시아군 공격으로 제철소 내부 생활은 생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스나트 루브라니 유엔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조정관은 이날 마리우폴 일대에서 탈출한 민간인 총 127명이 자포리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101명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탈출한 주민들로, 이들은 제철소에서 보낸 지난 몇 주 지옥 그 자체였다고 증언했다.
그들이 떠날 당시 벙커에는 42명이 남아있었으며, 전부 민간인들이었다. 엘리나는 “벙커에 군인은 한 명도 없었다”며 “자신들이 벙커에 있으면 민간인들이 위험에 처한다고 군인들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 폭격에 대해선 “땅이 그 정도로 흔들릴 수 있다는 걸 그전엔 몰랐다”며 “단순히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벙커가 위아래로 뛰며 흔들렸다”고 전했다.
러시아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난 우크라이나인이고, 내 고향은 우크라이나다”라면서 “마리우폴은 내 도시였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며 씁쓸해했다.
러시아 침공 이후 150년 된 수놓은 전통 의상 등 귀중한 가보를 잃어버렸다고도 호소했다.
엘리나와 가족이 소유하던 마리우폴 아파트 3채는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고 전했다.
제철소를 떠난 뒤 베지멘네 마을에 설치된 러시아 ‘여과 수용소’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으며, 자포리자로 향하는 길에 우크라이나 깃발을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현재 소원은 씻고 깨끗한 속옷을 입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아조우스탈 제철소 직원인 세르게이 쿠즈멘코는 지난 3월8일부터 공장에 있었다. 지난달 제철소에 있는 군인들이 며칠에 한 번씩 시리얼과 통조림을 공장 안으로 들여왔다고 전했다.
세르게이는 “사람들은 지하실에서 썩어갔다”며 “지하로 가는 계단은 2~3개뿐이고, 지하실엔 습기가 차 있었다. 60일 넘게 환기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탈출 당시 러시아 부대가 모든 소지품을 검사했으며, 문신 때문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는 “자포리자로 가거나 러시아, DPR로 가는 선택지를 제안했다”며 “일부는 러시아에 남기로 했고, 강요받은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호송 버스에 오르지 못한 수백명이 도시에 남겨졌으며, 마리우폴 외곽과 인근 마을에선 500명이 탈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 추가 대피 작전이 진행 중이다. 마리우폴에는 주민 10만명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제철소 내부에는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민간인 200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