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9일 자국 전승절에 맞춰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상징적인 날인 오는 9일에 발표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앞서 ‘조국 수호의 날’(2월23일) 다음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선전포고 대신 ‘특수군사작전’을 발표했듯 이번 ‘승리의 날’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NN이 전망한 러시아의 가능 시나리오는 Δ선전포고 Δ동원령 발동 Δ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병합과 남부 오데사·마리우폴 완전 장악 등이다.
우선 우크라이나에 정식으로 선전 포고를 하는 경우의 수는 가능성이 제일 낮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올레그 이그나토프는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라며 앞서 침공 당시 ‘선전 포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했다.
전쟁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현재 서방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할 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그나토프는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동원령 발동”이라며 “동원령이 발동되면 러시아는 전쟁터에서 충돌 발생시 언제든 군사를 추가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소 1만5000명의 병사를 잃은 러시아 입장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병력 증원이 필요하다.
이그나토프는 “동원은 현재 전장에 있는 군인들의 징병 기간을 연장하고 예비군을 소집하거나 군사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병사들을 전쟁터로 데려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추가 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될 경우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쟁을 지속하는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속전속결로 9일에 맞춰 러시아군은 ‘특수군사작전 2단계’의 목표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병합할 수도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철수한 뒤 돈바스 지역과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과 오데사 등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이그나토프는 “푸틴은 현재 공격을 집중하는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전승절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에 취할 행동들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아직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이날 이탈리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와 만났을 때 그는 러시아가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모든 것이 5월9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나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러시아가 돈바스와 크림반도뿐 아니라 흑해 항구 오데사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 전황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화에 대한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우리는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회담을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러시아에서 전승절로 알려진 5월9일은 1945년 나치를 상대로 승리한 러시아군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년 이날 모스크바에서는 열병식이 진행되며 러시아 지도자들은 붉은광장에 있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무덤 앞에 서서 이를 관람한다.
채텀하우스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임스 닉시는 “5월 9일은 러시아 지도자들이 국내 군중들에게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고, 반대세력을 위협하기 위한 날”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