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 지소연(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 지소연(첼시 위민)이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지소연은 영국 리그 잔여 일정을 마치고 오는 19일 귀국, 7월부터 WK리그에서 뛴다.
잉글랜드 여자 프로축구 첼시 위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경력)를 써 온 지소연은 최근 WK리그행을 결심했다.
처음 지소연의 국내 복귀 뉴스를 접했을 때 국내 팬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반갑다. 그런데 왜 벌써?”였다. 그럴 만했다.
실제로 첼시 위민에서도 지소연을 붙잡기 위해 매력적인 재계약 조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몸상태일 때 WK리그에서 뛰며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지소연은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와 WK리그 데뷔를 앞둔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소연은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서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급하게 결정한 게 아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지소연이 5일 인도 뭄바이 DY 파틸 스타디움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중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소연은 “아무래도 외국에 있으면 월드컵 전 훈련이나 평가전 때 비행기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 (WK리그에서 뛰면) 이동 시간 없이 좀 더 집중해서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이젠 장거리 비행이 지겹다”면서 웃어보였다.
지소연이 포함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내년 7월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개최하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그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 축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강한 책임감를 갖고 있었기에, 최고의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기를 원했다.
아울러 WK리그와 한국 여자 축구의 유망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전했다.
27일 오후 경기도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축구국가대표팀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의 친선경기에서 지소연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날 경기는 상대 자책골과 임선주의 결승골로 여자축구대표팀이 2대 1로 역전승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들의 복귀는 K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아울러 K리그의 젊은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거 출신 선수들의 훈련 및 경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실제로 FC서울의 조영욱은 “(기)성용이형 밥 먹는 것까지 다 보고 따라한다”고 말할 만큼 대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지소연은 “내가 그들처럼 큰 파급을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영국에서 같이 잘 지냈던 오빠들이 K리그로 가서 좋은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나도 (WK리그로) 언젠가는 가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일단 지소연 앞에 놓인 과제는 WK리그 적응이다. 해외의 큰 무대에서 뛰었다고 해서 WK리그 연착륙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2011년 고베 아이낙(일본)을 시작으로 지금 WK리그 경험 없이 해외에서만 활동했던 지소연에겐 처음 겪는 WK리그의 환경과 리그 스타일이 낯설 수도 있다.
A매치에서만 137경기 64골을 기록 중인 지소연은 “WK리그에서 나는 신인”이라며 멋쩍게 웃은 뒤 “영국에서도 WK리그는 늘 챙겨봤다. 그래도 실제 뛰는 건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된다. 외국에서만 오래 지냈기에 한국 날씨나 환경 등에도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신인답게 열심히 준비해서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물론 나이가 있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지소연의 첼시 위민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WFC와의 리그 최종전을 통해 리그 우승 여부를 가리고, 오는 15일엔 맨체스터 시티WFC와 영국 여자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어쩌면 지소연의 커리어에에서 마지막 영국 무대 2경기가 될 수도 있다.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지소연은 “현재 몸상태가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영국 생활을) 마무리짓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