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부상에 울상 짓던 두산팬들 활짝 日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 이름 따와 ‘콘치로’라고 불려
최근 프로야구 두산 팬 사이에 회자되는 신조어 중 하나는 ‘콘치로’다. 일본 이름이 ‘야스다 콘스(安田權守)’인 재일교포 3세 안권수(29·두산)가 일본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49·은퇴)처럼 잘한다고 붙은 별명이다. 주전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울상 짓던 두산 팬들이 안권수의 깜짝 활약에 웃음을 되찾고 있다.
안권수는 4일 현재 팀 내 타율 1위(0.474), 출루율 1위(0.565)에 올라 있다. 지난 2년간 타격이 저조해 대주자, 대수비 위주로 출전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1일 SSG전에서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올 캠프 때 타격이 좋아졌다”며 칭찬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3일 그에게 데뷔 첫 톱타자 선발 출전 기회까지 줬다.
일본 와세다대 졸업생인 안권수는 지난해까지 2년간 통산 타율 0.253가 전부였다. 통산 155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은 5번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안권수는 자신의 영상을 보며 타격 자세를 바꿨다. 특히 배트를 수평으로 밀면서 타격 정확도를 높이는 레벨 스윙의 감을 잡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와세다대 야구부 후배가 2019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일부 구단에서는 안권수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영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후배의 도전에 용기를 얻은 안권수는 2020 KBO 트라이아웃에 참여해 두산에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지명을 받게 됐다. 전체 드래프티 100명 중 뒤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
안권수는 자신이 ‘천재형’이 아니란 걸 안다. 어렸을 적 부모 따라 갔던 일본 도쿄돔 야구장에서 마쓰이 히데키(48·은퇴)를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지만 학생선수 시절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와세다대 진학 후 만난 동급생 모기 에이고로(28·라쿠텐)는 그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는 “모기는 나와 레벨이 다른 선수였다”며 “모기가 입학하자마자 팀을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노력한다고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시 야구를 그만두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안권수는 자신을 믿고 손 내밀어준 두산에 감사가 앞선다. 그는 “나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출루를 많이 해서 지난해 준우승한 두산을 올해 우승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