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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북핵수석 방한에도 미사일 쏜 北… 중국 ‘역할’에 한계?

입력 | 2022-05-04 18:02:00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중국의 한반도 문제 담당 인사가 방한 중인 와중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중국 측 역할에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4일 낮 12시3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70㎞, 정점고도는 약 780㎞로 탐지됐다.

북한은 지난 3월24일엔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ICBM 등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부 제원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올 들어 탄도·순항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사격 등을 포함, 이날까지 총 14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 2022.5.3 뉴스1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측 북핵수석대표인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우방국’ 중국의 행보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 9월에도 서울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의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에도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류 대표가 한국에 왔든 안 왔든 상관없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위력 차원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을 수 있단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그간 미국과의 패권 경쟁,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상황에서 북한·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앞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응 방안이 논의됐을 때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 등에 ‘제동’을 걸었다.

류 대표도 그간 각국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를 이유로 핵·미사일 개발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류 대표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언짢아했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북한이 류 대표 방한 기간 미사일을 쏜 데는 “북한식 ‘중국 길들이기’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며 “류 대표에게 ‘중국이 한미를 설득하라’는 우회적 메시지 차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그간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촉구해왔다.

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질문에 “중국의 입장은 매우 일관돼 있다”며 “우린 핵이 없는 한반도를 지지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