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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교육 늘고 기술연구 ‘활기’… 양극화 해소는 과제

입력 | 2022-05-05 03:00:00

[대학과 산업의 동반성장]〈1〉산학협력의 성과와 나아갈 길
산학협력법 제정 뒤 지원 활성화… 2012년엔 선도大 육성사업 도입
산학협력단 인력-수익 대폭 늘고… 지재권-기술이전 등도 지속 성장
기업선 여전히 ‘비용’ 인식 크고… 대학 진입장벽 높아 참여 걸림돌



게티이미지코리아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이 제정된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다. 산학협력은 2012년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이 도입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국정책평가연구분석학회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산학협력 정책의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 LINC 10년… 산학협력 양과 질 모두 성장
고혁진 한국공학대 경영학부 교수는 “1960년대 시작된 산학협력은 2003년 산학협력법 제정을 계기로 정착기, 성숙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산학협력법을 근거로 산학협력단이 출범했고 이후 산학협력 중심대학, 광역권 선도산업 인재양성 사업, 지역거점 연구단 등 정부의 다양한 재정지원 사업이 등장하며 산학협력은 수요자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2012년에는 법 개정을 통해 산학협력에 효율적인 연구개발 체제 구축, 사업화의 개념이 도입됐다.

LINC 사업은 산학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고 교수는 “LINC 사업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보면 당시 산학협력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6년까지 진행된 LINC 1.0은 산학협력의 지원 범위를 기존 공대 위주에서 인문사회 계열로 확대했으며, 대학 내 창업을 강조했다. 2017∼2021년 진행된 LINC 2.0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발전이라는 목표하에 지역과의 협업을 확대했다. 올해 시작된 LINC 3.0에서는 생태계 개념이 처음 등장하며 산학협력의 지속 가능성과 공유·협업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2012년 LINC 사업 도입 이후 산학협력단 인력의 질과 운영 수익 등 산학협력의 기반은 꾸준히 성장했다. 산학협력단 총 직원 수는 2013년 6578명에서 2020년 7998명으로 21.6% 늘어났으며 정규직은 같은 기간 48.7% 증가했다. 산학협력단의 운영 수익은 2013년 5조9900억 원에서 2020년 8조500억 원으로 34.3% 늘어났다.

산학협력 교육으로 창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창업 교육도 양적으로 확대됐다. 연구 성과 지표로 볼 수 있는 지식재산권 수, 기술이전 건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산학협력을 통해 등록된 지식재산권 수는 2013년 6만3703개에서 2020년 14만5764개로 뛰었다. 기술이전 건수 또한 2013년 2573건에서 2020년 5258건으로 늘어났다. 기술료 수입도 593억1000만 원에서 1004억7700만 원으로 69.4% 증가했다.


○ 대학 간 양극화, 정부 주도 구조는 극복 과제로

한국정책평가연구분석학회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산학협력의 성과와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 주도의 산학협력, 대학-산업체 간 정보 비대칭 등은 우리나라 산학협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고 교수는 “수요자인 산업체가 주도하는 산학협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여기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산업체, 정부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산학협력 공동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제안했다.

대학 간 산학협력 양극화 해소도 당면 과제다. LINC 3.0 대학 참여 비율은 일반대 223곳 중 75개로 33.6%에 불과하다. 박철환 광운대 산학협력단장은 “특정 분야 산학협력에 강점을 가진 학교가 많지만 LINC 사업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LINC 1.0과 2.0에서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LINC 3.0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주효진 가톨릭관동대 의학과 의료인문학교실 교수는 지역자치단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과 같이 지역 내 대학이 연계해 참여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이 산학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고중혁 중앙대 산학협력단장은 “중앙대는 교수 평가를 논문 중심에서 산학협력 중심으로 개편하고, 교수 창업을 심사제에서 신고제로 바꿨다”며 “대학 평가 지표에 산학협력과 관련된 지표가 들어온다면 더 많은 대학이 산학협력 위주로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평생 교육의 관점에서 교육부가 산학협력의 밑그림을 그리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석환 국민대 교학부총장은 “산학협력에서 대학의 고유한 역할 중 하나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창업이라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대학에서 실패의 경험도 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교육부 청년교육일자리정책팀장은 “생애 진로개발 차원에서 대학이 창업 등 경험의 장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