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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물가 급등, 新舊 정부 누가 챙기나

입력 | 2022-05-05 00:00:00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8% 급등하면서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4월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제일 높았다. 쌀 라면 달걀 등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5.7%나 된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 물가통계에선 빠져 있는 자기 집 거주비용까지 포함시킨다면 물가 상승률은 1∼2%포인트 더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각국 정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린 상태에서 소비 수요는 살아났는데 공급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며 발생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전기차·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 밀 보리 같은 농산물 가격이 동시에 치솟았고 상황이 나아지기까지 2∼3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0년 만에 최고로 오른 물가에 대응해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서 한국은행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기준금리를 미리 1.5%까지 올렸지만 미국이 0.5%포인트의 ‘빅스텝’을 연거푸 추진한다면 금리가 역전돼 해외자본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만 벌써 13조7600억 원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기가 급속히 꺼진다. 제일 우려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을 자초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의 인재 쟁탈전, 유통·플랫폼 기업의 배달 경쟁에서 시작된 인건비 상승이 생산성이 낮은 다른 업종의 임금인상 요구와 노사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에 대선 뒤로 미뤄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 물가 추세는 정부와 한은이 긴밀히 공조해도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손을 놨고, 새 정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한 선심정책으로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잠시 한눈팔다간 나라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