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8% 급등하면서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4월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 만에 제일 높았다. 쌀 라면 달걀 등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5.7%나 된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 물가통계에선 빠져 있는 자기 집 거주비용까지 포함시킨다면 물가 상승률은 1∼2%포인트 더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각국 정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늘린 상태에서 소비 수요는 살아났는데 공급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며 발생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전기차·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원자재, 밀 보리 같은 농산물 가격이 동시에 치솟았고 상황이 나아지기까지 2∼3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0년 만에 최고로 오른 물가에 대응해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서 한국은행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기준금리를 미리 1.5%까지 올렸지만 미국이 0.5%포인트의 ‘빅스텝’을 연거푸 추진한다면 금리가 역전돼 해외자본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만 벌써 13조7600억 원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져 경기가 급속히 꺼진다. 제일 우려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을 자초하는 것이다.
지금 물가 추세는 정부와 한은이 긴밀히 공조해도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손을 놨고, 새 정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한 선심정책으로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잠시 한눈팔다간 나라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