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냉각된 양국관계 복원 시도 관측 美 “사우디 분위기 다소 누그러져”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 우방이지만 1951년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 최근 가장 냉랭하다는 평가 속의 방문이어서 주목된다.
WSJ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지난달 중순 비공개로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우디와 적대 관계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유 증산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번스 국장의 방문은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 시도로 풀이된다. 양국 관계 냉각의 단초는 2018년 터키 주재 사우디대사관에서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제공했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 정부는 이 사건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를 찾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생산을 늘려 달라는 요청은 잊는 게 좋겠다”며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사우디의 올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9.6% 늘어나 11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UAE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4.2%로 전망돼 2015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안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와 UAE의 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각각 2.5%, 3.7%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