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1곳 중 1108곳 3월 생산실적 無 코로나 직후 급증했던 마스크 업체… 실외 의무화 해제로 “공멸 위기감” 업계 “정부, 과도하게 시장진입 유도… 판로개척 지원 약속은 안 지켜져” 마스크 대란때 수급 안정에 큰 기여… “폐업 내몰리는 업계, 외면 말아야”
2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이날 이 공장 마스크 생산 설비 10대 중 3대만 작동됐다. 대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니 매출이 40% 정도 더 떨어졌네요….”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판수 씨(41)는 2일 공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기계 2대, 직원 10명과 함께 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기계 8대를 추가하고 직원을 45명까지 늘리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고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판매량은 급감했다. 지난해 말 직원 20여 명을 내보냈는데, 올해 추가로 10명이 공장을 떠났다. 현재 15명의 직원이 기계 3대만 가동 중이다. 김 씨는 “물량을 비축하고 향후 판로 개척을 돕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사업을 확장했다”며 “나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설비조차 돌리지 못하거나 이미 폐업한 상태”라고 했다.
○ 마스크 업체 10곳 중 7곳 생산 실적 無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마스크 제조업계에는 ‘이러다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장에선 상당수 업체들이 이미 마스크 생산을 멈춘 상태다.폐업하는 업체들이 싼 가격에 유통하는 ‘덤핑(저가 투매) 마스크’도 업계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 이모 씨(42)는 “지난해 6월 경기 군포시 마스크 공장을 폐업하면서 재고 마스크를 정가의 10분의 1에 팔아치웠다”며 “상당히 손해를 봤다. 5억 원을 투자했는데 폐업 후 한 푼도 안 남았다”고 했다.
4일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선 보건용(KF94) 마스크가 장당 1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인천에서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생산원가가 200원 정도 된다. 100원에 파는 건 기부나 마찬가지”라며 “값싼 중국산 마스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해 마스크를 해외에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 “나중은 걱정 말라더니…”
박종한 웰킵스마스크 대표는 “정부가 공적마스크 도입 초기 생산량의 50%만 수매하고 생산단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을 책정해 과도하게 시장 진입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초기부터 낮은 가격에 100% 수매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비쳐 마스크 업계가 이렇게 과열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3월 경기 평택의 마스크 공장을 찾아 “남는 물량은 전량 정부가 구매해 비축할 계획”이라며 “나중을 걱정하지 마시고 충분히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해 7월 정부는 공적마스크 제도를 폐지하면서 마스크 업계에 판로 개척 지원을 약속했다.
고 의원은 “코로나 초기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힘써준 업체들을 위해 이제는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때”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가 마스크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만큼 부작용도 충분히 예견됐다”며 “정부 정책에 따른 여파를 개별 업체가 떠안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업체들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