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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특판 예적금, 年7% 이자 준다더니… 조건 까다로워 실제로 받은 건 2%

입력 | 2022-05-05 03:00:00

카드 발급-자동이체 등 ‘끼워팔기’
5대 시중은행 23개 특판 예적금… 고객 이자, 최고금리의 80% 그쳐




직장인 최모 씨(24)는 지난해 6월 한 시중은행의 특판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연 7%에 달하는 최고금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6개월 만기가 지난 뒤 최 씨가 받은 금리는 연 2%. 이 상품은 계열사 카드를 만들어 60만 원 이상 써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 씨는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가입 한도액이 적어 이자 수입도 많지 않았다. 결국 우대금리 받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높은 이율을 내세운 예·적금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상당수 고객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고 이율을 모두 받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총 23개 특판 예·적금 상품을 선보여 9조2836억 원어치를 팔았다. 한도 내에서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는 특판 상품은 높은 최고 금리를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고객이 실제로 받아간 평균 금리는 최고 금리의 80.0%에 그쳤다.

고금리를 주는 데 인색한 은행들은 이자가 거의 없는 ‘공짜 예금’을 늘리며 이익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금리가 연 0.1% 수준에 불과한 ‘저원가성 핵심예금’ 잔액은 733조1219억 원으로, 1년 전(690조5354억 원)보다 6.2% 늘었다.




[단독]은행 최고 우대금리 받은 고객 13%뿐… 카드발급 등 조건 붙인 탓

고금리 예-적금 ‘그림의 떡’

시중은행들이 고객 혜택 강화를 내걸며 최고 연 7%에 달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돈이 예금으로 돌아오는 ‘역(逆) 머니무브’ 혜택을 보고 있는 은행들이 고객에게 주는 이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시중은행 특판 예·적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 매직 적금 바이(by) 롯데카드’다. 12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면 최고 연 7% 금리의 이자가 지급된다. 이 상품의 최고금리를 모두 받으려면 제휴 롯데카드를 신규 발급받고 1년 동안 600만 원을 써야 한다. 동시에 롯데카드에 자동이체를 1건 이상 등록해야 한다.

연 5.0%의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도 최고금리를 받기 쉽지 않다. 하나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날 단 하루만 가입할 수 있어 진입장벽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제휴 상품과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끼워 팔기’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적을 늘리기 위한 단골 영업 전략이지만, 고객들은 원하지 않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가입 후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이용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문턱이 높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올해 3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끼워 팔기 조건이 붙은 특판 상품 가입자 중 최고 우대금리를 받은 고객은 13.3%에 그쳤다.

반면 고객에게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저원가성 핵심예금’ 잔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금리가 연 0.1% 내외에 불과한 사실상 ‘공짜 예금’으로 불린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핵심예금 잔액은 1년 전보다 6.2% 늘어난 733조1219억 원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의 도시 봉쇄 등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에 머물던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온 결과로 풀이된다.

저렴하게 조달한 자금을 토대로 은행은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 1분기(1∼3월) 5대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1.47∼1.65%포인트였다. 5개 은행 모두 지난해 말에 비해 0.03∼0.0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5대 금융그룹은 예대마진으로 11조3385억 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이에 정부는 시중은행을 향해 예대마진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해달라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하는 은행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를 매달 비교 공시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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