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614억 횡령’ 우리은행 직원·공모한 친동생 구속 송치…“묵묵부답”

입력 | 2022-05-06 08:25:00

우리은행에서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직원 A씨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인출해 총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2022.5.6/뉴스1


우리은행에서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직원과 그의 친동생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6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업무상 횡령, 공문서 위조 및 동행사,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 등을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와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친동생 B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오전 8시2분쯤 회색 상의, 하얀색 하의와 검은색 모자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A씨는 “문서 위조 혐의 인정하냐” “범행에 가담한 다른 사람들은 없냐” “횡령금은 어디에 썼냐” “자수한 이유는 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어 8시3분쯤 녹색 상의, 검은색 하의와 모자를 쓴 채 나타난 B씨는 “형이랑 같이 횡령한 혐의 인정하냐” “받은 돈은 골프장 외에 어디에 썼냐” “경찰서에 왔다가 돌아간 이유가 뭐냐” 등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인출해 총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횡령 자금은 우리은행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도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이란 다야니 가문 소유 가전업체 엔텍합에서 받은 계약금으로 파악됐다. 계약이 파기되면서 몰수된 자금을 A씨가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이 뒤늦게 횡령 사실을 알고 지난달 27일 A씨를 고소했으며 A씨는 경찰에 자수해 긴급체포됐다.

한편 B씨는 뉴질랜드에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 인수자금으로 8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액 614억원 중 A씨는 500억가량을, B씨는 100억가량을 각각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의 계좌에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던 중 횡령금 일부가 B씨의 사업자금으로 흘러간 단서를 포착해 B씨를 공범으로 보고 지난달 30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형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약 4시간 동안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A씨가 근무한 기업개선부 등에서 A씨가 사용하던 PC를 포함해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횡령 때마다 내부 문서를 위조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자금을 맡기로 했다는 문서를 허위 작성하기도 했다.

A씨의 친동생 B씨는 2016년 11월 대우일렉트로닉스 사후관리를 위한 유한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를 캠코의 유한회사 중 하나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인출할 때 사용한 계좌도 이 유한회사의 다른 은행 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유한회사는 관악구의 공유오피스에 위치해 사실상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사무실을 뺀 것으로 알려져 지난 2일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허위 문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공범이 더 있는지도 살피고 있다. 경찰은 이를 위해 우리은행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