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오른쪽)가 자신의 99번 저지를 입은 아홉 살 소년 데릭에게 사인공을 건넨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토론토=AP 뉴시스
한국에서 어린이날 주간이었던 이번 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소년의 눈물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메이저리그 판 ‘아주라’ 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요. MLB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to63A82yE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였습니다. 양키스의 거포 애런 저지는 0-1로 뒤진 6회초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저지의 홈런공을 잡은 사람은 토론토 팬이었던 마이크 씨였지요. 공을 주워든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려다 저지의 99번 양키스 저지를 입고 있던 한 소년과 눈이 딱 마주칩니다. 그 소년은 눈으로 “그 공을 제게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토론토 아재 마이크 씨(왼쪽)와 양키스 소년 데릭. 토론토=AP 뉴시스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저지는 양키스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데릭을 맞이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지요. 준비했던 사인 볼도 건넸습니다. 이 자리에는 소년에게 선뜻 공을 건넸던 마이크 씨도 함께 초대받았습니다. 토론토 외야수 조지 스프링거는 마이크 씨에겐 사인 유니폼을 선물했습니다.
‘아주라’를 실천한 덕분에 야구 아재과 야구 소년은 애런 저지라는 슈퍼스타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은 것이지요. 저지는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야구팬이고, 모두가 야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지에게 사인 볼을 받은 데릭은 또 다시 폭풍 눈물을 흘렸습니다. 불과 이틀 사이 그는 평생 자랑거리인 두 가지 큰 선물을 받은 것이지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애런 저지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의 모습. AP 뉴시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