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현재 프로야구에서 가장 짠물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건 ‘돌아온 에이스’ SSG 김광현(35)이다. 평균자책점 0.56으로 NC 루친스키(0.92) 등을 제치고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5경기에 등판해 4승도 수확 중이다. 메이저리그(MLB) 잔류 고민 끝에 3월 초 계약하며 SSG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제 역할을 100% 해내고 있다. 투구 수도 100개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달부터는 4일 휴식 뒤 5일째 등판하는 정상 로테이션도 소화할 계획이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슬라이더’였다. 김광현은 한 때 ‘투 피치’ 타입으로 구분될 정도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파워 피칭을 해왔다. 그러나 올 시즌 김광현에게는 주무기만큼 까다로운 비밀병기가 생겼다. 체인지업이다.
올 시즌 김광현의 체인지업은 진일보했다.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투·타구 정보를 분석하는 스포티스틱스의 ‘트랙맨베이스볼’에 따르면 김광현의 체인지업 분당 평균 회전수(RPM)는 미국 진출 전인 2019년 1596회에서 올해 1661회로 늘었다. 그 결과 김광현은 시즌 네 번째 등판인 지난달 27일 롯데전 6회말 안치홍(32)에게 처음으로 체인지업을 던져 안타를 내줬다. 안치홍은 김광현이 시즌 88번째로 상대한 타자였다.
체인지업 평균 구속이 2019년 시속 128.1㎞에서 131.1㎞로 늘어난 것도 유의미하다. 통상 이상적인 체인지업 구속은 패스트볼의 88~90% 정도로 본다. 김광현의 올 시즌 평균 패스트볼(시속 146.1㎞)대비 체인지업 구속 비율은 89.7%다. 2019시즌에는 86.9%였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공이긴 하지만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너무 클 경우 오히려 타자가 속지 않을 수 있다.
김광현표 체인지업만의 특징도 있다. 우선 그립이다. 다섯 손가락으로 공을 감싸 쥐는 일반 체인지업 그립과 달리 김광현은 스플리터처럼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사이에 공을 끼운 채 체인지업을 던진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는 김광현의 체인지업을 투심패스트볼로 인식하기도 했다. 김정준 SSG 데이터센터장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공의 궤적은 일반 체인지업과 똑같다. 과거 김광현의 체인지업은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자유자재로 컨트롤을 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