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더욱 깨끗하고 청결하게!
출처: 픽사베이
네, 맞습니다.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아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정말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매일 출근할 때는 몰랐는데, 재택근무 시행 이후 집안 관리의 어려움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생활패턴이었거든요. 집을 비우는 시간만큼 관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점심, 저녁도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 음식물쓰레기가 생길 일도 없었는데… 이래저래 신경쓸 일이 늘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이상하게 집안일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 맞습니다. 공감해요. 집안일을 돕는 청소기, 세탁기 등이 있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귀찮고, 어렵기만 합니다. 세탁기에 돌린 옷을 꺼내 건조하고 개는 일도 귀찮더라구요. 청소기 필터 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요즘 집 청소 등 전반적인 홈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청소 대행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집 청소를… 대신해 주는 건가요?
청소 대행하면 흔히 주인이 집에 없을 때 청소를 대신해 주는. 마치 우렁각시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원하다면 주인이 집에 머물러도 되죠. 그래도 보통은 집을 비울 때 청소 대행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다만, 그래도 걱정은 남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집에 들어와 청소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불안감이죠.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로봇청소기죠. 비록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청소해 주는 서비스보다는 못하지만, 매일 바닥에 쌓이는 먼지 청소에는 꽤 유용합니다.
다만, 로봇청소기의 성능에 의문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꽤 많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로봇청소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201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불만이 50% 이상으로 가장 컸죠. 불만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로봇청소기가 한쪽 구석만 맴돌거나, 벽에 부딪혀 가만히 있는 등 ‘로봇’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한다고 답변했죠.
출처: 픽사베이
그래도 예전보다 로봇청소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앞서 소개한 조사 결과는 2014년 결과인데요. 그동안 로봇청소기는 세대를 거듭하며 성능 향상을 이뤘습니다. 기술 발전 때문인데요. 자동차, 비행기, 라스트마일 배송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접목하고 있잖아요.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세대 기술을 접목해 청소 성능과 효율을 크게 증가시켰죠.
지난 2019년 5월, 일본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청소기를 상용화했습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위즈(Whiz)’인데요.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지난 2014년 창립해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국내에서는 ‘페퍼’, ‘나오’ 등 인간형 로봇을 개발한 회사로 알려져 있죠.
로봇 페퍼(우)와 나오(좌),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로봇 청소기 위즈는 2019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 출시했고, 지난 2020년에는 국내에도 선보였습니다. 위즈는 호텔, 병원, 학교, 사무실, 공항 등 다양한 상업용 시설에서 사용하는데요. 2020년 기준, 관련 시장 점유율 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 출시 당시 모습,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위즈는 ‘브레인(Brain Corp)’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운영체제 ‘브레인OS’를 탑재했습니다. 사물을 정밀 인식하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탐색해 직접 청소 경로를 결정하죠. 기본적인 설정을 마치면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에 대한 경로 정보를 최대 600개까지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다중 충돌 감지 센서를 탑재해 이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과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 사물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피하죠. 배터리 성능은 4시간 완충 시 3시간 동안 운행할 수 있으며, 청소범위는 약 1,500㎡에 이른다고 합니다.
위즈 전용 앱 ‘위즈 커넥트’를 활용하면, 동시에 여러 대의 위즈를 제어할 수 있는데요. 청소 진행 상황, 로봇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자가 앱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기 1대에 AI, 자율주행, 센서 등을 활용한 것이죠.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한창 코로나19 위험으로 변화를 겪던 시기에 등장한 로봇청소기네요.
그렇습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개선된 모델을 내놓기도 했어요. 위즈에 방역 기능을 결합한 ‘위즈 갬빗’입니다. 위즈 갬빗은 아발론 스테리테크(Avalon SteriTech)와 제휴해 개발한 인공지능 바탕의 투인원(2-in-1) 제품인데요. 바닥 진공청소와 소독 기능을 하나로 결합했습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위즈와 아발론이 개발한 바이오 오염제거 스프레이 시스템 갬빗을 결합한 것이죠. 그래서 제품명도 위즈 갬빗입니다.
위즈는 상업용 공간 청소에 어울립니다. 홍콩의 한 국제 공항에서 위즈를 사용한 결과, 기존에는 4명이 49개 게이트를 청소했지만, 위즈 덕분에 98개 게이트까지 청소할 수 있었다네요. 넓은 범위의 바닥청소에 위즈를 사용하고, 사람은 카펫이나 의자 아래 등 위즈로 청소하기 어려운 곳을 치운 것이죠.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율주행 기술은 일상 속에 들어 온 셈입니다.
위즈 갬빗, 출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로봇청소기가 있잖아요?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0월 제품의 고장 여부를 인공지능으로 진단하고, 사용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AI홈케어’ 출시를 발표했습니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제품의 고장원인과 문제를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요.최근에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를 선보이면서 가정 내 모든 가전제품을 IoT 기술 바탕으로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었죠.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라이다 센서와 3D 센서 ‘액티브 스테레오 카메라’, ‘패턴빔’ 등 최신 기술을 지원해 집 내부 구조와 가구·가전 위치를 파악해 사물을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는 삼성 제트봇 AI, 출처: 삼성전자
홈 서비스 로봇전문기업 ‘에브리봇’은 라이다 센서를 자체 개발해 관련 핵심기술 5개를 특허출원했습니다. 참고로 라이다 센서 기술은 로봇청소기뿐만 아니라 물류, 서빙, 안내 로봇 등 자율주행 기반의 모든 로봇에 필요합니다. 때문에 다양한 기업이 기술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요. 에브리봇은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스위스, 스페인, 인도 등 세계 20여개국에 진출해 있어 향후 국내 기업 및 기술력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에브리봇
자율주행 기술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처럼 일상 속에서 이미 사용하는 제품에도 스며들고 있죠. 평소 익숙한 것일지라도, 가만히 살펴면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은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게모르게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죠.
자율주행은 단순히 자동차에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엄청난 규모로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기술 상용화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규제죠. 무인 자율주행 배송로봇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내의 경우 지난 2021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무인 자율주행 배송로봇 실증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배송로봇과 동행해야 합니다. 안전상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래도 불편하죠. 보다 많은 사람이 유용한 기술의 편리함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