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자국산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수출 금지 품목에 국내 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석탄(유연탄), LNG(액화천연가스)이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국전력(한전)과 국내 발전 공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발전량 가운데 유연탄이 3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원자력 28.8% ▲가스 28.1% ▲신재생 8.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광물자원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로 수입된 전체 유연탄은 1억1710만5710t(톤)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산은 1933만6265t(16.5%)으로 전체 수입량 2위였으며, 1위는 호주산(5769만6256t, 49.3%)이었다.
국내에 수입되는 유연탄은 발전연료 외에도 제철용 코크스, 시멘트 제조 등에 사용된다. 특히 전량을 수입 유연탄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멘트사의 경우 러시아산 유연탄 의존율이 무려 75%나 된다.
발전 연료용 유연탄의 경우 수입산 중에서 호주산에 대한 의존 비율이 더 높아 시멘트 제조용보다 사정은 낫지만, 러시아산 유연탄 연간 계약물량을 보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사업보고서상 유연탄의 연간 계약물량이 확인되는 발전사(중부·서부·동서발전)의 자료를 살펴보면 중부발전의 러시아산 유연탄 연간 계약물량은 272만t(호주산 965만5000t)이었으며, 서부 발전은 338만6000t(호주산 827만1000t), 동서발전은 312만5000t(호주산 554만t)이었다. 나머지 발전사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5개 발전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주요 원재료 가운데 유연탄 매입액 비율은 ▲남동발전(80.6%) ▲중부발전(48.0%) ▲서부발전(57.5%) ▲남부발전(50.1%) ▲동서발전(60.4%)로, LNG나 석유 등 다른 연료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발전회사들 대부분 호주산 유연탄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러시아산 수입이 중단되면 대체 수입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서 전력 생산단가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는 발전사에게 비싸게 사서 싸게 민간에 공급하는 전력시장 구조상, 한전의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제 유연탄 가격은 2배 이상 뛰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석탄(호주산 기준) 가격은 지난해 4월 t당 91.8달러에서 올해 4월 322.6달러로 1년 만에 251%가 올랐다.
여기에 차기 정부가 전기 요금 산정시 연료비를 반영하는 ‘원가주의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자칫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을 앞두고 전기 요금이 크게 인상될 수 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운송 거리는 다소 멀지만 지금도 고품질로 평가되는 호주산 유연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