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67)가 20세기 후반의 혁신가라면 일론 머스크(51)는 21세기 초반의 혁신가다. 게이츠는 도스와 윈도 등 범용 운영체제(OS) 개발로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했고 머스크는 전기차, 재활용 우주선 등의 개발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IT를 자동차, 로켓 등 전통 산업에 접목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머스크는 모범생적인 게이츠와 달리 기계 산업 종사자 특유의 활달하면서도 거친 면이 있다.
▷게이츠는 미국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다니다 자퇴했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외가 쪽 고향인 캐나다 국적을 취득해 퀸스대를 다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옮겨 공부했다. 이후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합격했으나 이틀 만에 자퇴했다. 머스크는 리버럴(민주당 지지) 일색인 미국 IT 업계에서 특이하게 공화당 친화적인 성향을 보여 왔는데 그가 미국 밖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
▷게이츠는 머스크가 지난달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가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만들겠다고 한 데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게이츠는 “소셜미디어는 허위 정보 확산을 막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백신이 사람을 죽인다는 이야기에 대해 그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트위터광(狂)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폭력을 선동해 계정이 삭제됐다. 사업가이기도 한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새 SNS를 출범시키며 이에 반발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의 배후에 트럼프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가 트럼프의 계정을 삭제했을 때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트위터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게이츠 자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그가 고의로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는 음모론에 시달렸다. SNS라고 해서 가짜 뉴스를 방치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기존 언론처럼 가짜 뉴스를 골라내 차단하는 것이 옳은지 세계적으로 논란이 있다. 이 논란에 일도 열심히 하지만 책 또한 많이 읽기로 소문난 두 구루(guru)가 끼어들었다. 그 결론이 자못 궁금해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