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원구성 합의 파기에 전운 고조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원점에서 시작하는 건 당연하다.”(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여당이라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강탈해 가더니 대선에서 패배하고는 야당 몫이라고 우기고 있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직을 넘기기로 했던 지난해 여야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연일 이어가자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후속 작업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맞물리면서 원 구성 협상 자체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거야’ 된 민주당 “원래 법사위는 야당 몫”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서 “이제 여야가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해야 한다”며 “전통적으로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맡아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던 것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면서 제대로 국정과제를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이은 ‘입법 독주’ 프레임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일 땐 국정과제를 이유로, 야당일 때는 전통적 관례를 내세워 법사위를 고수하는 게 국민들 눈엔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게’ 보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 국민의힘 “법사위 강탈, 대국민 사기극”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차지하는 것은 독선이자 뻔뻔한 일”이라며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 운영을 안 한다. 원 구성 합의 파기는 국민 눈에 치졸한 대선 분풀이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이준석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눈에 뵈는 게 없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해 7월) 합의했던 ‘법사위는 국민의힘이 가져간다’는 합의문을 제 방에 걸어놨다”며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법사위 강탈은 국민들이 거세게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양보 불가’ 입장을 못 박으면서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통상 여야는 6월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5월부터 협상을 시작해 왔다. 다만 6·1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에 변동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석수를 반영해 민주당 11개, 국민의힘 7개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한다’고 한 기존 합의 내용도 재논의해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이날 7명의 사개특위 위원 명단을 확정하는 등 ‘중수청 속도전’에 나서면서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더 골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