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한 걷기 대회에 참가해 걷고 있다. 걷기 속도가 빠른 습관을 가진 사람은 늦게 걷는 사람에 비해 수명이 20년은 길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 DB
걷는 속도에 따라 수명이 최대 20년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이 보행 속도와 유전학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걷는 속도가 시간당 4마일(약 6.4㎞) 이상인 사람들은 더 건강한 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빠르게 걷는 사람과 느린 사람의 세포 건강은 16년까지 차이가 났다. 이 논문은 걷는 습관에 따라 빨리 걷는 사람과 늦게 걷는 사람의 수명이 최대 20년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평균 연령 57세의 영국인 40만5981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건강 기록과 게놈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중 약 절반(21만2303명)이 평균시속 3~4마일(약 4.8~6.4㎞)의 속도로 걸었고, 2만6835명(15명 중 한 명꼴)은 시속 3마일 미만의 느린 속도로, 16만6843명(10명 중 4명꼴)은 시속 4마일 이상의 빠른 속도로 걸었다.
운동 생리학적으로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의 차이는 명확하다. 운동효과를 보느냐 안 보느냐의 차이다. 천천히 걸으면 운동으로서 효과가 없다. 빠르기도 중요하지만 걷는 강도도 중요하다. 어느 수준 이상으로 걸어서 체온이 상승하고 호르몬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등 유의미한 체내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야만 건강증진으로 이어진다. 운동효과를 얻기 위한 걷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도 있다. 보통 1일 권장 걸음수가 1만보다. 1만보면 보폭에 따라 8km에서 9.5km다. 빠르게 한 번에 걸으면 1시간 20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로 상당한 운동량이다.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소개한 인물들 중에서도 빨리 걷거나 산을 오르는 등 강도 높게 걸었을 때 운동효과가 컸다.
2021년 7월 24일 소개한 ‘걷기만 했는데 확 빠져… 의사도 놀란 노르딕워킹 효과’의 주인공 주연서 INWA(International Nordic Walking) 코리아 사무국장. 그는 운동량이 큰 노르딕워킹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동아일보 DB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뉜다. 이를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는 운동이었다가 최근 다시 붐이 일고 있다.
“노르딕워킹의 장점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게 해준다는 겁니다. 폴을 활용해 걷기 위해서는 상체에서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상체는 어깨가 운동의 시작입니다. 발이 나갈 때 어깨도 함께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땅에 짚은 뒤 폴을 끝까지 밀어줘야 보폭이 커지고 운동량도 배가 됩니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다리 장딴지가 가동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소 3주 이상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합니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집니다. 일종의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요.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최소 하루 60~90분은 해야 합니다.”
주 국장은 노르딕워킹 3개월로 10kg을 감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1년 8월 7일 소개한 ‘母 돌아가신 후 무작정 걷기 시작…35kg 감량했어요’의 주인공 정용권 씨. 그는 산을 오르며 체중감량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의 설명이다.
1km에서 2km, 2km에서 5km, 5km에서 10km. 걷는 거리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걷기가 생활화가 됐다. 정 씨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몸이 더 많이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량을 계속 늘렸다. 그러다보니 매일 10km 이상을 걷게 됐다”고 했다. 등산을 한 것도 몸이 반응해서란다. 산 오르는 것도 처음엔 집 주변 해발 200m 낮은 산부터 300m, 400m로 차근차근 올렸다. 어느 순간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명산도 가게 됐다. 정 씨는 걷기 시작 1년째부터 운동 루틴이 현재 하고 있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매일 11km를 걷고 주말에는 산으로 가는 게 그의 운동 루틴이다.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해발 1000m 이상급 산을 오르게 됐다. 2020년 8월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르고 있다. 역시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명산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정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을 탄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산을 탔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겁니다.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걸었고 걷다보니 산을 올랐고, 산이 좋아 산을 타다보니 어느 순간 다이어트란 선물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혹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걷은 것과 등산을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성기홍 대한생활체육회 브레인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은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가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성기홍 센터장 제공
성기홍 대한생활체육회 브레인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한 걷기 대회에 참가한 모습. 동아일보 DB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걷기를 인지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자동적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의 해마·전두엽과 연결된 복잡한 인지기능이 동반된 운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뇌에서 가장 빠른 길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후 심리상태와 환경 사이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가야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걸으면서 계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지금 가야 하나’ ‘아냐 지금 가면 위험해’,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빨리 걸으면 수명도 길게 하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