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협상 조건으로 유럽연합(EU) 후보국 지위, 러시아 침공 전 영토 복구 등을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 BBC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러시아와와의 평화 회담 조건으로 ▲러시아 침공 전 국경 복구 ▲500명 이상 난민 귀환 ▲EU 회원국 자격 ▲러시아 군 지도자 책임 등을 나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개최 여부는 “러시아군이 침공 전 위치로 철수하는 것에 달려 있다”면서 이것이 협상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BBC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와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2월23일 상황으로 회복해야 한다”면서 자신은 “작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지도자이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것은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 등 점령지를 되돌려 놔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크름반도에 대한 주장은 하지 않음으로써 나름의 현실적인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특히 “러시아는 우리의 모든 다리를 파괴했지만, 비유적으로 다리(가교)가 모두 파괴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외교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EU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후 EU 회원국 가입을 신청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절차와 시간 상 공식 회원국이 아닌 후보국 지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외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러시아 군 지도부를 처벌할 것도 요구했다.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난민도 귀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요구 조건들은 러시아의 목표와는 상충되는 것이어서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열거한 요구 사항은 러시아 지도자들이 돈바스 지역과 우크라이나 남부를 압박할 때 제시한 군사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7주년 기념일인 오는 9일까지 도네츠크주에 속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까지 완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과 접하고 있는 몰도바의 친러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완료나 거꾸로 전면전 또는 동원령을 발령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는데, 러시아는 전면전 선포는 “터무니 없다”며 부인한 상태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