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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맞붙은 오세훈·송영길, 변수는 ‘尹 지지율’

입력 | 2022-05-08 10:32:00

[이종훈의 政說] 대선 연장전 된 서울시장 선거… 공천 단계 일부 잡음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4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뉴스1]

6·1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 최대 접전지로 꼽히는 곳은 수도권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는 지선의 꽃이라 할 만큼 상징성이 크다. 서울시장 후보는 당선과 동시에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울시장 공천에 가장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오세훈 우세 속 송영길 추격
국민의힘은 4월 11일 오세훈 현 시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단수공천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이다. 오 시장은 1년 전 보궐선거에서 당선했고,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4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 시장은 54.6% 지지율을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시장은 4·7 보궐선거 당시에도 62.6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도 당초 전략공천 방침을 정했고,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4월 19일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배제했다. 하지만 두 후보가 반발하자 결정을 번복해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4월 29일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송 전 대표를 배제하려 했던 이유는 뭘까.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대표가 또다시 출마할 명분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공천 배제 방침을 철회한 이유는 뭘까.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4월 21일 “송 전 대표의 대선 패배 책임 내지는 전날 계파 발언 등에 대한 지적은 있었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해 후보군을 넓히는 게 경쟁력이 있겠다는 판단으로 의견을 그렇게 모았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송 전 대표 지지율은 32.7%였다.

이번 지선은 대선 직후에 치른다. 불가피하게 대선 연장전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도권에서 ‘윤심’(윤석열)을 업은 후보와 ‘명심’(이재명)을 업은 후보가 맞붙는 국면이 나타나, 더욱 그럴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4월 2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명심 논란에 대해 “내가 이재명 상임고문보다 정치 선배고 나는 5선 국회의원, 이 상임고문은 국회의원을 아직 한 번도 안 한 분”이라며 “송영길은 송영길이다. 역사 앞에서 독자적인 정치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배제 결정 직후인 4월 20일에는 “사실상 이 상임고문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타격 의미가 있다”고 말해 계파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이 상임고문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명심을 업은 송 전 대표는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 ‘이재명 마케팅’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내 경선 통과 과정에서 명심을 강조하던 송 전 대표가 정작 본선에 들어와서는 명심과 거리를 두는 이유도 여기 있다. 첫째, 서울은 대선 당시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이 상임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보다 득표율이 낮았던 곳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물론, 이 상임고문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이 서울이다.

결국 송 전 대표 개인기로 격차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것도 상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송 전 대표는 4월 17일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엔 제5본부 유치’를 제1호 공약으로 공개했다. 오 시장과 차별화된 비전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이성만 인천 연수구청장 예비후보가 먼저 발표한 공약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남의 공약을, 그것도 국민의힘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의 공약을 갖다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재개발 속도전으로 인기 구가
부동산 문제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박 전 시장은 재건축·재개발보다 도시재생을 선호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으로는 노후화된 주택지의 주거 복지를 끌어올릴 수 없는 것은 물론, “주택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방침을 수정했다. 그 결과 2018년 여의도와 용산 통합 개발 계획이 나왔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을 중단하고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을 추진하며 인기를 구가 중이다. 결국 송 전 대표는 박 전 시장의 대표 사업이던 도시재생으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수도 없고,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으로 나아가자고 말할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몰린 형국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취임 초 국정수행 지지율이 현재보다 더 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면 송 전 대표가 열세를 반전시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불거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과 총리·장관 후보자 의혹 논란에 더해 새로운 악재가 터지는 상황 말이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