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지시 받은 적 전혀 없어” “유시민 소송 취하 생각 없다” “수사·기소, 본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 “文정부 때 권력 비리 수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1128쪽에 달하는 서면질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한 후보자는 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일각에서 자신을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진 이른바 ‘소통령’으로 표현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오직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가족 중 이중 국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엔 “후보자의 장녀는 후보자의 미국 국외연수 기간 중 출생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라며 “국적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만 22세 전에 국적을 선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을 현대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 제도를 정비해달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장관에 취임한다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를 취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유 전 이사장에 대한 민사소송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은 제가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공직자에게 보복을 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한 것들”이라며 “제가 대충 타협하면 다른 힘없는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가장 필요한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의엔 “정의와 상식이라는 가치에 어울리는 법치주의 확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고 답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대해선 “수사와 기소는 본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며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도 수사팀과 결재권자 사이에 토론과 설득을 통한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를 기계적으로 분리할 경우 기업 범죄, 금융 범죄 등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복잡한 사건에서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은 사람은 증거 관계나 사건 내용을 장악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기소 판단이나 공소 유지를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신종 분야나 어려운 법리가 요구되는 사건에 있어서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오랜 수사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중대범죄 수사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일반 국민과 사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와 관련해선 “현재 일부 사건에 대해 재판 계속 중이므로 장관 후보자 입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면서도 “다만,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고,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하였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