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인천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보궐선거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위기의 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3월 10일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59일만의 초고속 복귀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의 출마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이어져 온 ‘대선 패장의 방탄용 출마’라는 비판에 대해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6·1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전 지사는 이날 등판 첫 무대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향해 날을 세우며 ‘대선 2라운드’를 예고했다.
● 기자회견서 ‘책임’ 11차례 언급
이 전 지사는 이날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공식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책임’이란 단어를 11차례 언급했다. 그는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사실 (대선 패배의) 죄인 아니겠는가. 문 밖에 나가기가 힘들었다”다면서도 대선 패배 후 문재인 대통령으로터 연락이 와 청와대에 다녀왔다고 언급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 첫날부터 ‘대선 2라운드’ 예고
이 전 지사는 복귀 첫 무대부터 국민의힘을 직접 언급하며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결단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1기 내각을 겨냥해 “(경기) 대장동에서 해먹고, (제주) 오등봉에서 해먹고, (부산) 엘시티에서 해먹고, 오물이 덕지덕지한 사람이 도둑을 막아보겠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대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유능한 일꾼’론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고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며 “그러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견제와 균형, ‘잘하기 경쟁’이 가능하도록 심판자가 아닌 일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전 지사의 원내 ‘무혈입성’을 막기 위한 대항마로 윤희숙 전 의원의 등판론이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전 지사를 향해 “출마선언이 아니라 아주 기괴한 블랙코미디를 본 것 같다”며 “수사부터 받고 깨끗이 혐의를 벗은 후에 선출직에 나오는 게 국민에 대한 기본적 도리”라고 비판했다. 윤 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지사의 출마는 단순히 한 지역의 보궐선거를 넘어 전체 정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홍정수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