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
2일 전남 영암의 조선 협력업체 유일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선박 건조작업에 필요한 발판을 만들고 있다. 이 족장팀 구성원 20여 명 중 한국인은 팀장 1명뿐이다. 영암=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2일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합계 길이가 2.2km에 달하는 조선소 안벽(생산된 배를 대기 위한 부두시설)에는 시운전 나간 1대를 제외하고 총 11대의 선박이 정박해 마무리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15대 안팎이 자리를 차지하던 과거 호황기 때를 재현하는 듯한 광경이지만, 조선소 곳곳에선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는 지난해부터 늘어난 수주 물량을 감당해야 하는데 당장 400명 이상이 모자란 상황이다”라며 “지난해까진 웃돈을 주고 영입하는 ‘돌관 인력’과 초과근무로 어떻게든 공정 지연을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인난은 친환경 선박 중심 수주가 늘면서 최근 ‘제2의 봄’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8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조선업 인력은 9만2305명. 2014년(20만3441명) 대비 54.6%가 줄었다.
○ 젊은 피 수혈되지 않아 외국인에게 의존
이 회사의 유인숙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인건비가 두세 차례 더 올라 이젠 하루에 14만 원을 준다 해도 ‘부족하다’고 한다”며 “호황기 때는 6만 t의 T블록도 문제없이 처리했지만 지금은 인력난과 높은 인건비에 4만 t도 감당하기 어려워 주문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늘어나는데…
이에 업계에선 현재 조선업 내국인 인력의 20% 미만만 받을 수 있게 돼 있는 비전문인력 비자(E9)의 제한을 풀어주는 것과 동시에 업체가 지방 대학과 연계해 졸업생 우선 채용 등이 보장된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동건 목포해양대 교수(대한조선학회 교육위원장)는 “오랜 조선해양산업 불황으로 한때 40여 개의 학과가 운영되던 조선해양공학과는 현재 10여 개만 유지되고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학과 개설을 장려하는 한편 저숙련 공정은 인근의 다른 국가 업체에 외주를 주고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높은 공정만 자국 내 조선소에서 다루는 노르웨이 조선소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영암=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