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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배합한 ‘친환경 콘크리트’, 탄소 배출량 40% 줄여

입력 | 2022-05-09 03:00:00

美 메타플랫폼, 새 재료 조합법 개발
압축 강도 데이터 학습해 효율 높여



탄소 배출량을 기존보다 40% 줄인 콘크리트. 메타가 개발했다. 메타플랫폼 제공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회사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이 최근 콘크리트 제조 기술 개발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7일 메타는 콘크리트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보다 약 40% 줄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콘크리트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내구성이 높은 재료 조합을 찾는 기술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인 메타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건설 기술에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콘크리트는 자갈과 모래 등 골재에 시멘트와 물을 섞어 강도를 높인 건설용 재료다. 콘크리트에 철근이나 철골을 섞으면 강도가 더해져 축구장 같은 대형 경기장부터 수백 m 높이의 초고층 빌딩까지 규모가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현대의 도시를 탄생시킨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기적의 건설 재료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콘크리트는 온실가스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떠올랐다. 시멘트 1t을 생산할 때마다 0.8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주로 시멘트를 구성하는 탄산칼슘을 도자기처럼 굽는 콘크리트화 과정에서 탄산칼슘이 산화칼슘으로 변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28%는 건물, 11%는 건설 산업에서 나온다. 건설 산업 발생분의 대부분은 시멘트 생산에서 비롯된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에 나선 가운데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메타가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늘리면서 ‘기후 악당’이란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건설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시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메타가 개발한 AI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가 축적해 공개한 ‘콘크리트 압축 강도’ 데이터세트를 학습했다. 콘크리트를 만드는 1030가지 재료 조합과 그에 따른 내구성 정보를 학습한 것이다. AI는 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내구성이 뛰어난 최적의 조합을 찾아준다. 톱밥과 점토 같은 폐기물이나 제철소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고로슬래그’ 같은 부산물도 탄소 배출을 줄일 주요 후보로 올랐다.

메타 측은 “건물에 들어갈 콘크리트 재료 조합을 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해 이런 반복 작업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몇 주 만에 효과가 가장 뛰어난 조합을 찾았다”고 밝혔다.

메타는 미국 건설회사 오징가와 일리노이주 디캘브에 짓는 데이터센터에 해당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현장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저탄소 콘크리트 재료 조합이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줄였고 충분한 내구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메타는 이외에 미국 내 4개 지역에서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일반 상업용 건물이나 다른 산업 분야에 맞는 저탄소 콘크리트의 재료 조합을 찾을 수 있다”며 “기상 조건과 콘크리트 경화 속도를 감안한 새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