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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유작된 ‘정이’… 연상호 감독 “강 선배 출연 거절하면 영화 접으려 했다”

입력 | 2022-05-09 03:00:00

11년만의 복귀작… 넷플릭스 SF
기후난 22세기 인류피난처 배경
용병 뇌 복제해 로봇 제작 다뤄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 위쪽 사진은 넷플릭스가 지난해 7월 ‘정이’ 제작 소식을 발표하며 공개한 고인의 사진. 고인은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았다. 아래쪽 사진은 배우 김현주가 정이 역을 연기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배우 강수연의 별세로 유작이 된 공상과학(SF) 영화 ‘정이’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2011년) 이후 고인이 11년 만에 출연한 장편영화다. 최고 여배우의 복귀작인 데다 제작비가 200억 원 넘게 투입된 대작으로 화제가 된 ‘정이’는 지난해 크랭크인 단계부터 주목 받았다. 고인은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지옥’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과 손잡고 ‘정이’ 주인공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 예정이었다.

‘정이’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어진 22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가 만든 피난처 ‘셸터’에서 일어난 내전에서 이기기 위해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한 로봇을 제작하려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고인은 뇌 복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이 역은 김현주가, 연구소장 상훈 역은 류경수가 각각 연기했다.

연 감독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이’는 구상 단계부터 강수연 선배님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영화”라며 “선배님이 출연을 거절했다면 이 영화를 아예 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이 한창 영화 활동을 할 당시 단연 최고의 배우로 각인된 데다 드라마 ‘여인천하’를 접하며 그 아우라를 익히 알고 있었다”며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분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SF 영화인 만큼 신작에는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가 많이 들어간다. SF 영화 출연이 처음인 데다 1980, 90년대 영화에 주로 출연한 고인으로서는 촬영 환경이 낯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연 감독은 “거의 처음 접하는 새로운 환경에도 선배님은 스태프들이 전혀 힘들지 않도록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약 3주 전 연 감독을 만나 후시녹음을 하는 등 후반 작업에 참여했다. 그때 고인은 연 감독에게 “CGI 작업이 된 장면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연 감독은 “CGI가 어떻게 들어갔는지 궁금해하셨고 매우 보고 싶어 하셨는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중간 완성본을 못 보여드렸다. 그게 가슴에 한이 된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연내 ‘정이’를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0대 중반인 강수연의 원숙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중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한 연 감독은 “남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하겠다. 많은 분들이 선배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도 7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신 고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추모 글을 올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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