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윤 대통령은 오늘 취임식과 함께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게 된다. 취임식 슬로건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고 한다. 성장 엔진이 식어가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서로 헐뜯는 자해(自害) 국가가 아니라 함께 손잡고 미래를 향해 뛰는 통합 국가의 초석을 닦길 바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은 지금 1번 찍은 국민과 2번 찍은 국민으로 두 동강이 나 있다. 국민 절반가량은 여전히 새 정부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출범 즈음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이렇게 낮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거야(巨野)’ 민주당은 그 틈을 노려 설욕의 기회를 찾느라 분주하다.
경제·안보 현실은 어떤가. 격랑 그 자체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냉전 종식 후 30여 년간 이어져온 세계화, 자유무역 패러다임은 붕괴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가 우리 경제를 짓누른다. 북한 김정은은 미사일 도발 등을 이어가며 호시탐탐 윤석열 정부의 안보 역량을 시험하려 한다. 말 그대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무한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대선이란 정치 전쟁이 끝난 지 두 달이지만 진 쪽이든 이긴 쪽이든 아직도 또 다른 전쟁 속에 있는 듯하다. 승자는 달라야 한다.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은 타협과 소통의 정치력이 아닌 결기와 강행의 투쟁력을 앞세웠다. ‘제왕’이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견제와 비판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정은 정면 돌파, 승부사적 기질 등으로만 통하진 않는다. 원칙은 지키되 아집으로 비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1기 내각 구성이나 청와대 참모진 인사 등에서 보여준 검찰 출신 중용, 특정 대학이나 지역 편중, 동문 등 친분 있는 사람 발탁 등 인사 스타일은 우려되는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점은 고금의 진리다. 민주당의 몽니와 발목잡기는 비판 받아야 하지만 자신의 결정엔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만 고수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국민에게 맞서는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탄핵 이후 전폭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권도 5년 만에 씁쓸히 퇴장했다. 진영에 갇힌 반쪽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5년 뒤 정권을 연장하든 다시 내어주든 윤석열 정부로선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라지만, 그 국민에는 열성 당원과 지지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권과 통합, 협치를 추구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정치의 복원은 결국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야당과의 소통에 밤낮을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에겐 온갖 정보가 쏠린다. 정보 독점에 따른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용산’이란 공간이 본질이 아니다. 듣기 싫은 얘기를 찾아서 듣고 국정에도 반영하는 소통과 경청이 중요하다.
이제 숱한 난제가 산더미처럼 쏟아질 것이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성장 잠재력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 정부 5년간 크게 훼손된 재정 건전성도 회복해야 한다. 국민과 약속한 연금개혁도 문재인 정권처럼 무책임하게 피해 갈 순 없다. ‘살과 살이 아닌, 뼈와 뼈가 부딪히는’ 치열한 국익의 현장에서 생존의 좌표를 찾는 것도 윤 정부의 과제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계층 갈등 등 온갖 모순도 분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