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려 소극적 해석” 지적… 금융당국, 업체 판단 뒤집을수도 원금 손실 경우도… 투자 주의보
금융당국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뒤 상당수 조각투자 플랫폼이 자사 거래 상품은 ‘증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추후 감독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업체들의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부 조각투자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인 테사, 소투, 아트앤가이드 등은 최근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자사 거래 상품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이 아니라고 자체 판단했다. 고가의 시계, 와인 등에 조각투자하는 피스, 트레져러 등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인 뱅카우는 이달 법률 검토를 끝내고 증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각투자 상품이 실제 자산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배분받는 청구권에 해당하면 ‘증권’으로 분류돼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플랫폼들은 미술품 등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업자가 망하더라도 실물자산은 남아 있어 소유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의 판단에는 투자자들 간에 소유권을 매매하는 거래소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증권 여부를 소극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술품이나 시계, 와인 등에 투자하는 플랫폼들과 달리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카사, 소유, 펀블 등은 자사 거래 상품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일찌감치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해 규제 유예를 받았다. 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 펀더풀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서 분류한 투자계약증권이 폭넓게 적용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체들이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투자자 보호에 소홀하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조각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원금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펀더풀은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로이 릭턴스타인의 국내 첫 단독 전시회 수익을 배분하기로 하고 5억 원을 유치했지만 지난달 “80% 손실이 났다”고 중간 공지해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펀더풀 측은 “정산일까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시 제작사를 상대로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