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경원&전준호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를 현지 관람객들이 돌아보고 있다. 이 전시는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우리 땅이면서도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이름 하여 ‘자유의 마을’이다. 내비게이션에서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저 ‘찾을 수 없는 지역’이라고 표시된다. 자유의 마을은 전쟁이 만든 아주 독특한 곳이다. 6·25전쟁의 일단락 단계에서 정전협정은 판문점 부근의 대성동 마을을 특별 관리하게 했다. 그래서 1953년 이래 대성동은 ‘자유의 마을’로 불리면서 한국 정부 대신 유엔사령부의 관리 아래에 있다. 현재 자유의 마을 주민은 200여 명이다.
이들은 납세의 의무나 병역 의무도 없다. 다만 32세가 되면 중대 결정을 해야 한다. 자유의 마을 주민으로 평생 살 것인가, 아니면 남한 땅으로 떠날 것인가. 남성들은 외지에서 신부를 데리고 올 수 있지만 여성들은 신랑을 데리고 와 살 수 없다. 아주 독특한 마을, 이름 하여 ‘자유의 마을’이다. 오늘도 우리들 곁에 있는 대한민국의 땅이다. 하지만 이상도 하다.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3의 지대이기 때문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출입금지구역, 분단의 상징이기도 한 자유의 마을. 무엇인가 잔잔한 울림을 주는 지역이다.
문경원&전준호는 2012년 이래 ‘미지에서 온 소식’ 연작을 발표해 오고 있다.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 이후 미국 시카고, 스위스 취리히, 영국 리버풀 등으로 연결하면서 작품 내용을 확장하고 있다. 그것의 절정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이었다. 여기서 이들은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펼치면서, 비무장지대(DMZ)의 ‘자유의 마을’을 새롭게 의미 부여했다. 여기의 ‘미지에서 온 소식’은 윌리엄 모리스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소설은 미래에 올 유토피아를 여행하면서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작가는 무엇 때문에 ‘미지에서 온 소식’에 천착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암시하는 것 같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에서 선보인 ‘미지의 소식’ 전시 모습(위 사진). 이달 일본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미지에서 온 소식: 일식(Eclipse)’.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전시는 서울관 전시를 기본으로 해 꾸며졌다. 다만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 ‘미지에서 온 소식: 일식(Eclipse)’을 발표했다. 이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젊은 남자를 통해 자유를 향한 인간의 근원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더불어 가나자와 해변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신작도 발표했다. 서울관에서 선보였던 ‘자유의 마을’은 대형 LED 설치를 위해 서울에서부터 기자재를 공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전시는 여러 전시실을 영상 작품으로 꾸미면서 작가 특유의 다양하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올해는 ‘미술 한류의 원년’이다. 나는 연초에 이와 같은 포부를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국제 무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높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비록 팬데믹 시대라는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진만이 우리의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한국현대미술의 향연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문경원&전준호 전시는 미술 한류를 여는 신호탄이기에 남다른 감회가 있다. 이제 ‘자유의 마을’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