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에서 대화가 늘 즐거울 수만은 없다. 상반된 견해를 표하거나 상대의 무례함에 항의하는 등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상황이 너무 어려운 나머지 무조건 피하려고 한다. 물론 상대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기 원하는 마음은 본능에 가깝다. 그러나 거절당하는 두려움 때문에 상황을 회피하다 보면 더 큰 어려움을 키우게 된다.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나의 존재 가치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요법’은 피하고 싶은 일에 맞서는 능력을 키워주는 처방이다. 뜨거운 감자란 민감하고 다루기 쉽지 않아 아예 회피하거나 얼른 던져버리고 싶은 문제를 칭한다. 우리 삶에도 수많은 뜨거운 감자가 있다. 그런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무조건 피하기보다 아무리 뜨거워도 감자를 내 손 위에 놓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뜨거운 감자 인식하기’다. 자신의 의견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 A를 두고 주변인들은 배려심이 넘친다고들 한다. A도 그런 줄 알았지만 사실 그보다 불편한 상황, 즉 뜨거운 감자를 피하기 위해 의견을 삼키는 측면이 크다. 예를 들어 과도한 업무량으로 부담이 큰 경우라면, 힘든 상황을 말해야 하는 부담감과 의견을 전한 뒤 상대방이 보일 반응 등이 피하고 싶은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뜨거운 감자를 인식했다 해도 바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는 ‘심호흡하면서 격려하기’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날숨에 “나는 이걸 다룰 수 있어”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면서 ‘상사가 나를 못마땅해해도, 혹시나 불이익을 준다 해도 나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라고 거듭 스스로를 격려한다.
아직도 두려움이 앞선다면 실전 연습을 해보자. 표현도 연습할수록 쉬워진다. 가족이나 친구와 역할극을 해볼 수도 있고, 말하고 싶은 생각을 미리 종이에 써서 연습하거나, 거울을 보면서 말해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몇 번 훈련하다 보면 뜨거운 감자에 맞설 자신감이 샘솟을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렵지만 그것에 맞서 해내는 태도를 뜻한다. 근육이 운동할수록 단련되듯이 마음도 수련할수록 단단해진다. 우리에게 던져진 뜨거운 감자를 잘 다룰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가 있다면 우리가 맞서지 못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세상에서 점점 더 당당하게 서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5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7만2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불안한 사람을 위한 뜨거운 감자요법’(https://youtu.be/zxfXcBQbRAQ)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