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운임 급등에… 소비자들 뿔났다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서 해외로 떠나려는 이용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이용객 수는 2년 만에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달 말 결혼하는 정모 씨(35)는 서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항공 운임이 비싸졌다. 정 씨는 “지난달 초만 해도 80만 원이던 서유럽 왕복 항공 운임이 몇 주 만에 200만 원 이상이 됐다”고 했다. 정 씨는 부랴부랴 지난달 말 동유럽으로 들어가 서유럽을 통해 귀국하는 티켓을 130만 원을 내고 샀다. 동선까지 바꿨음에도 부부 기준으로 100만 원을 더 낸 셈이다. 지금 같은 노선 가격은 180만 원까지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항공사들이 일부 노선을 증편하고 있지만 항공 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여객 수요 증가 속도를 증편이나 규제 완화에 따른 좌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갑자기 수요가 몰릴 때는 높은 운임의 좌석부터 판다. 표 자체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게 내놔도 족족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렇다. 출발까지 수개월 남은 9, 10월 티켓들까지도 갑자기 가격이 오르는 게 그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항공사들은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수요가 폭증하는 지금도 여객 좌석 공급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이 유지되면서 항공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공항의 시간당 운항 편수를 20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약 40편)의 절반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기 도착 시각을 제한하는 ‘커퓨’(항공기 통금시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가 해당한다. 항공사들이 인기 노선 증편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배경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고운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야 항공사들 간 경쟁이 이뤄져 가격이 내려가지만 정부는 올해 말까지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국제선 운항 규모를 코로나 이전의 50%까지만 회복시키겠다고 한 상태다. 저비용항공사의 한 임원은 “고유가로 유류할증료 부담도 커져 항공 운임이 더 비싸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