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차관 내각’ 체제 위해 관료중심 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새 정부 15개 부처 차관급 20명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하는 등 여야 대치가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차관 대행 체제’를 우선 갖춘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국정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취임(10일) 즉시 발령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관료 중심 인선…내각 전문성 보강
인선안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이 산적한 외교부 1차관에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2차관에는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내정됐다. 이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대선 경선 때부터 윤 당선인을 도왔다. 조 대표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국방부 차관에는 비군인 출신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이, 통일부 차관에는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이 내정됐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 차관에는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낙점을 받았다. 환경부 차관에는 유제철 전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권기섭 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는 전병극 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가 발탁됐다.
이날 발표된 차관급 20명의 평균 연령은 56.2세다.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문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에 차관 인선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 尹, ‘차관 내각’으로 국정 운영 돌파
이날 차관 인선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불투명한 데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지연될 것에 대비해 ‘추경호 부총리 대행-차관 내각’을 중심으로 한 비상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7명을 포함해 최대 13명의 장관 후보자를 조만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여야 간 극심한 대치 속에 새 정부 첫 내각의 온전한 구성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4일 뒤인 2008년 2월 29일 장관과 총리 후보자 등 12명을 임명한 뒤 2008년 3월 13일 내각 구성을 마쳤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이틀 뒤인 2003년 2월 27일 고건 총리를 임명하고, 장관 후보자 19명을 임명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