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 삼성-LG 등 대기업들 대폭 인상… 카카오는 임직원 연봉 15% 올려 물가 고공행진 속 생계비용 부담… 양대노총은 10% 안팎 인상 요구 한은 “물가 추가 상승 가능성도”
최근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물가 인상을 반영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동아일보DB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비용발(發) 인플레이션’이 최근 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한 가운데 최근 높은 물가를 바탕으로 한 노동계의 인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대기업들이 10% 안팎의 임금 인상에 나서면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오른 임금이 반영되면 다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올라 하반기(7∼12월)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고물가 반영한 임금 인상 요구 봇물
노동계는 올해 높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는 근거로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내세우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줄기 때문에 명목임금을 물가 상승률보다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4.8%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4.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3%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이달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 임금과 물가의 부정적 연쇄 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임금과 물가 간의 악순환이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이 향상돼 임금을 올려주는 일부 기업들은 괜찮겠지만 생산성과 괴리된 임금 인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기업과 근로자는 노사 협력으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 기업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관련 보고서도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차 효과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