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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날까봐’ 안전한 곳에 차 옮긴 음주 운전자 1·2심 ‘무죄’

입력 | 2022-05-10 06:48:00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 정차된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가 음주운전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 대해 1·2심 법원이 모두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현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9월 심야에 울산 동구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 B씨를 불러 자신의 차를 운전하게 했다.

그러다 운전 중에 B씨와 시비가 붙게 됐고, 이에 B씨가 T자형의 삼거리 교차로 한 귀퉁이에 차를 정차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이에 A씨는 교통사고 발생이 우려되자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음주 상태에서 약 300~400m 거리를 운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87%의 만취상태였다.

1심은 당시 차가 정차된 곳이 우회전하기 직전 모퉁이로, 교통에 장애가 되고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도 상당히 크다고 판단,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긴급피난은 긴급상태에서 자기나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

검찰은 이같은 판단에 대해 설사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등 대안이 있었기 때문에 음주운전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현장에 오게 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당시는 심야인데다 차량이 정차된 지점은 주·정차가 일반적으로는 금지된 장소여서 비상등을 켜고, 삼각대를 세워두는 등의 조치만으로는 교통사고를 충분히 예방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신속히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며 “이동 거리나 경로 등에 비춰보면 실제 차량 통행이 없는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차한 것으로 보이고, 그 장소까지 운전하는 동안 교통사고의 위험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울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