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친정권 언론 기자들이 러시아 최대 애국 기념일에 이례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보도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렌타 소속 기자 에고르 폴리아코프와 알렉산드라 미로시니코바는 2차 대전 전승기념일인 9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에 대해 거짓말했다”, “러시아 군대는 강도이자 약탈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시신을 버리고 있다” 등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으며, 현재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가디언에 따르면 렌타는 매달 약 2억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할 만큼 규모가 큰 러시아 인터넷 언론으로,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돼왔다.
30세의 폴리아코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전승기념일은 우리 할아버지들이 평화를 위해 싸웠던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이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지난 3월4일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의 실형을 부과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현재까지 46명이 해당 개정안에 의해 기소됐으며, 이 중 14명은 감옥에 수감됐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에 폴리아코프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물론 두렵고, 내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전승 기념일 연설에서 옛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것과 우크라이나 침략을 결부시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