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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만에 ‘베트남 민간인 학살’ 실체 드러나나…베트남인 목격자 증인으로

입력 | 2022-05-10 16:44:00

2020년 4월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민간인학살 사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에서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가 베트남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0.4.21/뉴스1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해 제기된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학살을 목격한 베트남인이 증인으로 나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10일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씨가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7회 변론기일을 열고 목격자 응우옌득쩌이씨의 증인신문 기일을 8월9일로 지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 들어가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퐁니 사건’ 당시 8세였던 응우옌티탄씨는 복부에 총격을 입는 부상을 당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응우옌티탄씨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에서 이 같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16일 변론에선 베트남 참전 한국 군인이 증인으로 나와 “부대원들이 민간인들을 학살한 장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 직후 원고 측 대리인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응우옌득쩌이가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대한민국 법정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최초의 베트남인 증인신문이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퐁니 사건 당시 남베트남 민병대 소속이었던 응우옌득쩌이는 남베트남군의 무전 내용을 듣고 학살 현장으로 이동해 퐁니 마을이 불타는 장면을 목격하고 총격 소리를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응우옌득쩌이는 이번 소송을 통해 배상 여부를 떠나 진실을 발견하는 절차에 함께 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거주 중인 응우옌득쩌이씨는 오는 8월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씨와 함께 한국으로 입국해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