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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이대녀에게 물었다…“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입력 | 2022-05-10 20:35:00


서울에 사는 2년차 직장인 정가은 씨(27·여)는 요즘 집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월급의 절반을 매달 꼬박꼬박 저축했지만,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집을 구하다 보면 치솟은 전월세 금액에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정 씨는 “평범한 직장인은 평생 일해도 변변한 집 한 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어렵다”며 “새 정부는 무엇보다 치솟은 집값을 안정화시켰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10일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동아일보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20대 20명(남녀 각 10명)에게 “새 정부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물었다. 이번 대선에선 20대 남녀의 표심이 엇갈리며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사회 출발선에 선 20대의 바람을 들어보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았다.


●“내 집 마련 희망 품고 싶다”
동아일보의 질문에 답한 20대들은 주택 가격 안정화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인터뷰에서 20명 중 13명(남 7명, 여 6명)이 주거부담 경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박현서 씨(22·여)는 “(청년 대부분이)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세상이 돼 버렸다”면서 “정말 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가은 씨는 “집값은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문제”라면서도 “청년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을 특히 많이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김현호 씨(28)는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보면 내집마련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목표 같아 좌절감이 든다”고 했다.

응답자 중 8명(남 4명, 여 4명)은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생 심태은 씨(26)는 “대학 4년 동안 (학업과 취업 준비로) 고생했으니 가능한 좋은 직장을 얻고 싶은데,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서동주 씨(25·여)는 “지금 20대는 사교육 등 교육비 투자를 많이 받고 자란 세대라 좋은 직장에 취직할 것이란 주변의 기대도 큰데,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씨는 이어 “더 이상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 “병사월급 인상을”, “여성 안전 사회를”
군복무를 마쳤거나 앞둔 남성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한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에 기대가 많았다. 대학생 이성호 씨(20)는 “대우가 좋아져야 군복무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달라지고, 군 복무 후 독립할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며 공약 이행을 요청했다. 취업준비생 이지훈 씨(25)는 “공약을 그대로 지키지는 못한다고 해도, 디딤돌 놓듯 천천히라도 이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들은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주문했다. 직장인 정승연 씨(28·여)는 “‘몰카’ 탓에 지하철 화장실마저 이용하기 두려운 세상”이라며 “여성에 대한 흉흉한 범죄가 많은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 씨(25·여)는 “한국은 성 평등 지수가 낮고,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새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매몰되지 말고, 여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 가르기 아닌 통합과 소통 절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사회 통합, 양극화 축소, 사회적 소통 강화 등 ‘통합과 소통’을 새 정부에 주문했다.

대학생 김세훈 씨(26)는 “세대를 불문하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며 “새 정부는 편가르지 않고 사회 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생 이서현 씨(20·여)도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혐오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학생 정진선 씨(25)는 “젠더, 이념, 세대별 분열이 사회문제“라며 ”새 정부는 사회 전반적으로 소통을 강화해 갈등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학생 정다은 씨(21·여)도 “특정 집단이 아닌 전 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이 돼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