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순수함에 관한 이야기는 늘 뭉클하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순수한 옛 자아에 관한 것이라서 더욱 그러한지 모른다. 이야기는 새끼 제비에서부터 시작된다. 착한 흥부에게 기적의 박씨를 물어다 주던 제비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제비.
제비 부모는 새끼들이 태어나자 열심히 먹이를 잡아 나른다. 그런데 그들이 잡아 온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새끼들이 “오두방정을 떠는 바람에”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잡히지 않았으면 나비가 되었을 애벌레는 그렇게 떨어져 죽는다. 죽은 애벌레 주변으로 개미 새끼들이 모여든다. 배가 고픈 그들은 애벌레를 집으로 끌고 가려 하지만 “아기 주먹만 한 도톰한 흙 언덕 경사”로 인해 애를 먹는다. 그들에게는 애벌레가 시시포스의 바위와 다를 바 없다.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놓으면 아래로 미끄러져 다시 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시시포스처럼 그들은 애벌레를 올리는 일을 반복한다.
여기서부터는 인간의 이야기. 아이가 쪼그려 앉아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윤재웅 시인의 산문시 ‘세상에서 가장 큰 눈물방울’이 펼쳐 보이는 애잔한 풍경이다. 시인은 아이를 “어린 스님”으로 설정해 불교의 가르침을 환기한다. “알머리가 아직도 파르스름한 어린 스님이 그앞에 쭈그리고 앉아 두 눈에 눈물방울 그렁그렁 매달고 내려다봅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