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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북소리’ 맞춰 열린 靑뒤편 등산로, 잠실까지 한눈에

입력 | 2022-05-11 03:00:00

[청와대 개방 첫날]
1968년 1월 ‘김신조 사건’ 후 폐쇄… ‘대통령 산책로’에서 시민들 품으로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어… 시민들 “역사적 순간, 감회 새롭다”



청와대 뒷길 북악산 등산로가 54년 만에 개방된 10일 등산로를 따라 ‘청와대 전망대’에 오른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전경을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처음이에요! 너무 예쁘네요.”

10일 청와대 뒷길 북악산 등산로도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한 ‘1·21사태’ 이후 폐쇄된 지 54년 만에 완전 개방됐다. 이날 등산로를 올라 ‘청와대 전망대’에 도착한 삼청동 주민 이옥자 씨(66)는 “마치 서울의 중심에 선 것 같은 기분”이라며 감탄했다.

이날 오전 7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동쪽 춘추관 옥상의 큰북 ‘용고(龍鼓)’가 3차례 울리며 등산로 개방을 알렸다. 기다리던 시민 100여 명은 춘추문을 지나 춘추관 뒤편 등산로에 들어섰다. 대전에서 온 성윤대 씨(75)는 “대통령이 걷던 산책로를 직접 걸어 볼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등산로는 춘추관 뒷길 또는 청와대 서쪽 칠궁 뒷길에서 시작해 백악정(白岳亭) 쉼터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백악정에서 300m가량 더 오르면 청와대 전망대에 이른다. 전체 구간은 약 2km다.

이 길은 역대 대통령들이 생각을 정리하며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당시 아침 일찍 이 등산로로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하루를 시작했다. 탄핵안 가결 열흘째 날 모처럼 언론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 바로 백악정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며 아침이슬 노랫소리를 들었던 곳도 청와대 뒷산이다.

이날 등산객들은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눌렀다. 꽃밭이 조성된 백악정은 단연 인기 장소였다. 백악정 좌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심은 느티나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심은 서어나무가 마주 보고 있다. 백악정을 지나니 남산타워부터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탁 트인 경치가 나타났다.

북악산 등산로는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개방 기념행사 기간인 22일까지는 춘추문 대신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맞은편 출입구를 이용해 올라가야 한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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