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王, 이례적 ‘5가지 공개 건의’ 취임식날 외교 결례 논란도 美 “바이든, 尹 만남 굉장히 기대”
美-中 사절단장 접견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국 축하사절단 더글러스 엠호프 단장을 접견하고 있다(위쪽 사진). 윤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도 접견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중국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 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같이 전한 것. 정상 간 방문이 번갈아 이뤄지는 외교 관례상 중국 정상이 한국을 방문할 차례인데도 우리 대통령 취임식 날 일방적인 초청 의사를 전한 게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왕 부주석은 이날 이례적으로 다섯 가지 건의 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국은 통상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견제할 때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라고 표현한다. 결국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사드 추가 배치와 관련해 “중국과 맺은 약속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주석은 또 “시 주석은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도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8년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국 사절단 접견에 앞서 용산 집무실에서의 첫 번째 외교 일정으로 미국 측 축하 사절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씨를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70년 역사 동안 한미동맹은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 축이었다”고 말했다. 엠호프 씨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며 “대통령께서 직접 만나 뵙기를 굉장히 고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도 접견했다. 하야시 외상 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친서를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친서에서 “한일 간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체적인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총리를 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사절단을 맞은 순서를 두고 한미일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 노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의 오른팔이자 실질적 2인자인 왕 부주석에 앞서 일본 외상을 접견한 것 자체가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