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꾸 빈 총으로 사람을 위협해놓고 피한다고 뭐라고 한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인생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이 자신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판에 대해 ‘방탄용 출마’라는 공세를 이어가자 정면대응하고 나선 것. 이 전 지사의 여의도 복귀는 3·9 대선 패배 이후 62일 만이다.
이날 6·1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임돼 당의 선거 ‘총사령탑’으로 올라선 이 전 지사는 본격 ‘선거 모드’로 전환해 윤석열 정부 견제에 나섰다. 그는 이날 모두 발언부터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명확한 진실이 있다”며 “권력은 나뉘어야 균형 속에서 견제될 수 있다”며 야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은 심판자와 일꾼 중 심판자를 선택했다”며 “이번에는 유능한 일꾼을 선택하실 것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출마에 대한 국민의힘 측 공세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제가 인생을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검찰·경찰 수사로 아무리 압박을 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며 “자꾸 ‘방탄’이라고 하는데 물도 들어있지 않은 물총이 왜 두렵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자꾸 빈총으로 사람을 위협해놓고는 피하려 한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잘못한 게 없으면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이 전 지사는 “제 출마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며 “국민의힘이 자꾸 출마를 방해하는 것을 보면 (출마가) 훨씬 더 잘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 같은 기조 전환에 이 전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권에서 마치 이 전 지사를 실제 죄 지은 사람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몰아가는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두 달 만에 재등장하며 야권의 ‘윤석열 때리기’ 선두에 나선 이 전 지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당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 전 지사가) 인천 출신 송영길 전 대표의 희생을 밟고 국회에 무혈입성하려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방탄조끼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도대체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검수완박도 부족해 국회의원 특권 뒤에 숨으려는 비겁함까지 보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 이재명이 적시됐다고 한다”며 “이 전 지사가 진정 수사로부터 도피가 아니고 민주당 일원으로 민주당을 재건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면 반드시 공개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