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청와대는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청와대 방문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추첨을 통해 청와대 나들이 순서가 되었다면 어디 어디를 볼 것인지 동선을 짜고 사진 촬영 계획을 세우게 된다.
청와대는 생각보다 광활해서 막상 들어가면 어디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막막할 수도 있다. 청와대를 출입해본 동아일보 사진기자들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전속 사진가의 경험에 비춰 앞으로 사진 명당이 될만한 청와대 포토존을 제안해 본다.
1. 본관을 배경으로
청와대 국민 개방 당일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대정원에서 종묘제례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직 대통령들이 주요 문서에 서명을 하거나 주요 회의를 했고, 외국 손님을 만났던 본관은 청와대의 가장 상징적인 곳. 건물이 크다보니 너무 가까이 가서 촬영하면 건물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본관 앞 콘크리트 도로 맨 끝까지 나오거나 그 앞 대정원으로 내려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좋다. 건물에서 충분히 떨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앵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핸드폰 카메라를 광각 모드로 설정해 정면에서 로우 앵글(허리를 최대한 굽혀서 아래에서 위로 건물을 찍는 방식)로 찍으면 어렵지 않게 웅장함을 담을 수 있다.
2. 상춘재와 녹지원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10월 9일 상춘재에서 열린 원로과학기술인 오찬간담회에 참석,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우)과 박찬모 과학기술특별보좌관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에 초청받은 아동 146명이 청와대 녹지원 소나무 아래서 간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2007.05.05 동아일보 DB
상춘재는 외국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만찬을 하거나, 국내 정치가 난항에 빠졌을 때 야당 대표를 불러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전통 양식의 한옥 앞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일품이다. 상춘재로 올라오는 길은 언덕이기 때문에 앵글을 건물에서 잔디밭을 향해 잡으면 파란 잔디 위에 피사체만 깔끔하게 위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녹지원은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낙도 어린이와 사회적으로 역할을 한 가정의 자녀들이 선발되어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과 공연을 보며 기념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단체로 간다면 수건 돌리기를 해본다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3. 영원히 늙지 않는 문 “불로문‘과 아메리카노 담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편한 옷차림으로 청와대 소공원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참모들과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아메리카노를 들고 담소를 나눈 장면은 유명하다. 소정원 주변의 불로문(不老門)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7년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멜라니아 여사도 이곳을 걸었다.
3. 관저
이명박 대통령이 일과를 마친 뒤 청와대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김윤옥 여사가 문을 열고 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13년 1월 19일자 동아일보 게재
역대 대통령 내외가 기거했던 관저는 청와대 본관에서 한 참 떨어진 언덕 위에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출근길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집무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연출해 보는건 어떨까
4. 경비대원들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청와대 국민개방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청와대 경비를 담당한 101 경비단 대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2.5.11 뉴스1
청와대가 공원이 되면서 가장 바빠진 사람들은 아마도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경찰일 것이다. 흰색 정복으로 엄숙하게 시민들을 지켜보던 이들이 이제는 영국 근위병처럼 시민의 친근한 동반자로 돌아왔다. 다만, 초상권이 있으니 ’찍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시는 것은 필수과정.
5. 대정원
청와대 대정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2007/09/13 장례위원회제공
대정원은 본관 앞에 있는 큰 잔디밭이다. 외국 손님이 오면 여기서 사열 행사와 공연이 펼쳐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잔디밭에 앉아 본관을 바라보던 소나무 두 그루가 핵심 포토존이 되지 않을까 싶다.
6. 정문의 봉황에 가까기 가서 찍어보자
청와대 정문 사이로 보이는 본관. 2012/11/30
신원건 기자
정문의 봉황과 무궁화는 대통령의 상징 문양이다. 함부로 가까이 가서 찍을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바로 앞에 가서 찍어도 된다. 와이드렌즈 기능을 이용해 최대한 가까이 가서 찍어보면 색다른 조형미를 발견할 수 있다.
7. 하늘에서 본 청와대를 찍고 싶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 국민 개방 기념행사가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채널A 이락균 기자
5월 11일자 동아일보 A8면에는 ’드론으로 촬영한 청와대‘ 사진이 게재되었다. 청와대는 군사 보안시설이라 항공 촬영과 드론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비행 금지구역이라 일반인들의 드론 촬영은 어렵다. 일반인들의 드론 촬영이 앞으로 허락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정부 청사 등 중요 국가 시설들이 광화문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8. 사진기자들도 아직 담지 못한 비경
한 해의 절반을 보내는 30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북악산 자락의 신록. 푸르름 만큼이나 부끄럽지 않을 무자년 후반기를 기대해 본다. 2008.06.30
게재지 동아일보 일자 2008/06/30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라고 해도 청와대 경내를 종횡무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준비된 행사만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봤지만 사진으로는 담지 못한‘ 비경은 상춘재와 본관 사이의 개천 주변이다. 대통령의 관저로 올라가는 길인데 개천가에서 산쪽을 바라보면 계곡의 풍경이 펼쳐진다. 커다란 잉어들도 많이 살고 있다. 여지껏 보지 못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