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동서남북/강성명]코로나에도 비위 일삼은 부산 공공기관

입력 | 2022-05-12 03:00:00

강성명·부울경취재본부


“우리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는 동안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최근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의 비위가 이어지자 많은 시민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 넘게 고통받는 와중에도 공공기관 직원들은 쌈짓돈을 챙기느라 혈안이 되었던 사실이 드러나서다. 직장을 잃거나 눈물을 머금으며 폐업했던 시민들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 공공기관인 부산교통공사에선 올해 초 초과근무를 하지 않고도 100여만 원의 수당을 챙긴 직원 4명과 이들을 도운 4명이 적발됐다. 출장 목적으로 고속철도(KTX) 승차권을 예매한 뒤 이를 취소하고, 승용차로 함께 이동했으면서도 승차권 영수증을 제출해 돈을 받은 직원들, 친척 집에 머물고도 출장 숙박비를 챙긴 직원도 적발됐다.

도시철도 시설 설치와 건설 정비·보수 업무를 총괄하는 한 임원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향응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도시공사와 부산환경공단, 부산인재평생교육원, 부산산업과학혁신원 등도 자체 감사에서 초과근무 수당 및 출장비 부정 수급 관련 비위가 드러났다. 특히 부산시도 지난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퇴근시간을 허위 입력하는 방법으로 160여만 원을 부정 수령한 직원과 이를 도운 직원을 중징계 처분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비위로 챙긴 돈의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교묘한 수법으로 뒷돈을 챙기는 모든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대처가 필수다. 주의, 처분 등 자체 징계로 슬쩍 덮으려는 ‘제 식구 감싸기’는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의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11일 “시와 산하 공공기관의 초과근무 수당, 출장비 등의 부정 수급 개선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 점검 대상은 부산시 산하 6개 공사·공단과 19개 출자·출연기관이다. 부산시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드러난 부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지 시민들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강성명·부울경취재본부 smkang@donga.com